사실은 과정 자체가 보상이란 걸 알게된 순간

26년 3월 3주 차 기록

by 현의

이번 주에 우연히 보고, 듣고, 만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살아보기 위한 작은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26년 3월 3주 차

보고, 듣고 만든 것 요약


1) 본 것: 개인정보처리 방침


이번 주에는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낯선 프로그램을 PC의 설치하기 전에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모두 읽었습니다.


너무 집요한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약관을 읽어보고 사이트 가입 및 프로그램 설치의 동의 여부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그럴만한 계기가 그동안 차근차근 쌓였기 때문입니다.


몇 주 전에 세계의 다양한 아티스트의 국가/지역별 공연 일정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어요. 그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특정 아티스트에게 우리 지역에 방문해달라고 공연 요청을 하면 아티스트가 국가/지역별로 팬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그 사이트를 통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지금 이 지역에도 그들의 팬이 있다는 걸 알려보려 했다가 일단 보류했어요. 요청을 보내려면 사이트에서 발송하는 이메일을 필수로 구독해야만 했는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모든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측정하고 비교하기 위해 우리가 자발적으로 쌓는 데이터가 결국에는 우리를 압박하는데 이용된다는 주장을 읽었던 기억은 나요. 진정으로 부를 소유한 사람들만 오프라인에서 사람에게서 서비스를 받는 사치를 누리고, 그 외의 99%에 해당하는 인간들은 온종일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기업에 본인의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살아가는 데이터 노동자로 살아갈 뿐이라는 대목은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그 대목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그동안 나의 데이터가 얼마나 많은 기업들에게 감시당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의 맛집을 하나 검색하면 다음부터는 네이버에 들어갈 때마다 제가 방문한 블로그의 또 다른 글이 자동으로 첫 화면에 등장하는 것도, 제 연령과 나이를 추측해서 제 또래가 사는 물건을 추천하는 알고리즘 시스템도 얼마나 짜증 나는지에 대해서도요. 언제부터 인터넷이 제가 원하는 것을 검색하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라 기업이 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받아먹어야 하는 공간이 되었을까요?


이를 한 번 의식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인터넷에서의 저의 모든 행동이 추적당하는 게 신경 쓰이는 바람에 이번 주에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전에 개인정보 처리 약관을 다 읽어보았어요. 쉽고 편한 조작법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어느 편집 프로그램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수집하고 다른 기업과도 공유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반면 전문적인 영상 편집에 특화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AI를 활용한 편리한 편집 기술을 자랑하는 어느 프로그램은 홈페이지 상단에 자사의 개인정보 방침을 소개해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창작물을 절대로 AI에 활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며 그 개인 정보의 통제권은 이용자 개개인이 갖도록 보장한다고 명시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아주 간단한 기본적인 편집만 할 수 있으면 충분했기 때문에 결국 두 프로그램 모두 설치하지 않고 그냥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그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PC에 설치되었던) Clipchamp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또다시 편집을 해야 할 일이 생길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을지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2) 만든 것: 블렌더 3D로 아이소메트릭 주방과 캐릭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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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지난 일주일 동안 모델링 한 아이소메트릭 주방의 색을 칠하고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았습니다. 가구를 제외한 소품들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제 손으로 직접 간단한 프로젝트를 완료한 건 여전히 뿌듯합니다. 다음에는 에스프레소 머신, 스토브, 믹서기, 칼이나 가위 같은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모델링에 도전해 또 다른 주방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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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간단하게 케이크를 만들어보았습니다. 튜토리얼을 통해 배웠던 아이싱 만드는 법을 까먹어서 다시 찾아봐야 했어요. 장미꽃으로 장식된 케이크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장미꽃 모양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다음번에는 케이크 시트의 질감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도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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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너무 피곤한 하루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지우개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너무 간단했기 때문에 아주 짧은 모션도 한번 넣어보았어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이어가기에는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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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수요일부터는 블렌더로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걸 넘어, 새로운 지식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귀여운 물고기 만들기 튜토리얼을 보며 캐릭터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귀여운 모델링뿐만 아니라 페인팅하는 법, 컬러 램프나 그라데이션 같은 간단한 노드를 구성하는 법까지 다뤄서 재미있었습니다. 결과물도 아주 귀여워서 완성된 이미지는 제 배경화면으로 사용했어요.


튜토리얼만 보고 끝내기에는 아쉬워서 이날은 추가로 또 다른 모델링에 도전해 보았어요. 참고 자료를 보면서 레트로 LP 플레이어를 만들어보았는데 전체적인 형태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lp 바늘이나 케이스 위아래의 잠금장치 같은 걸 더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꽤 소모되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간단한 사물쯤은 큰 부담 없이 만들 정도는 된 것 같아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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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블렌더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서 그냥 조촐한 선반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책, 티슈, 사각형 선반 같은 모델링은 이전에도 여러 번 시도해 봤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이날은 텍스처를 입힐 시간도 없어서 그냥 모델링을 하고 스크린샷을 남기는 정도에만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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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수요일에 시도한 3D 캐릭터 만들기 튜토리얼이 너무 재밌어서 저도 캐릭터 만들기에 도전해 봤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원래는 강아지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비니 모자를 쓴 회색 쥐를 만들게 되었어요. 몸통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그냥 캐릭터의 얼굴만 만들어보았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쥐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캐릭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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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다시 한번 캐릭터 만들어 보기에 도전하고 싶어 이번에는 고무 오리 만들기 튜토리얼을 따라 해보았습니다. 튜토리얼을 통해 UV 스피어로 얼굴을 만든 뒤에 그걸 어떻게 extrude로 돌출시켜 몸통으로 이어지게 하는지 배울 수 있었지만 익숙지 않아서인지 튜토리얼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르게 부리 부분이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꼬리 부분도 좀 어색하게 만들어졌어요.


튜토리얼을 끝낸 뒤에는 수요일에 학습한 물고기 만들기 튜토리얼에서 사용한 방식을 활용해 웅덩이와 물방울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물방울의 곡선이 매끄럽지 않고, 물방울의 개수도 너무 많고, 크기도 좀 큰 것 같아서 약간 아쉽네요. 오리를 비추는 조명도 조금 부족해서 그늘진 오리가 된 점도 아쉽습니다. 다음 번 캐릭터 만들기에 도전할 때는 이런 점도 염두에 둬야겠어요.


오랜만에 블렌더 튜토리얼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직접 내 손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안다는 건 정말 멋진 재능이라는 점이에요. 아이소메트릭 방이든, 간단한 캐릭터든 요즘은 AI로 너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 직접 내 손으로 캐릭터를 만들면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오는 재미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귀엽고 재밌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애초에 제가 왜 블렌더를 배우고 싶었는지 그 초심이 되살아나기도 했어요.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냥 블렌더를 이용하는 게 엄청나게 재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 마음에 쏙 드는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은 언제나 재밌었고, 그 재미는 완성물보다 더 오랫동안 제게 큰 의미를 주었어요.


사실은 아직도 블렌더를 활용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감이 안 옵니다. 게임을 만들 정도의 실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밴드의 홍보 포스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상업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도넛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도 없고 무엇도 현실성 있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중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도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재밌기만 하네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이 재미는 오랫동안 저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은 듭니다.



3) 들은 것: 후렴구가 아주 익숙한 노래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후렴구가 시작되자마자 너무 익숙한 가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어렸을 때 TV에서 엄청나게 자주 들었던 바로 그 굉장히 유명한 곡이었어요.


그때는 후렴구만 너무 자주 들어서 미처 몰랐는데 이제 와서 다시 한번 들어보니 가사에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도 들어있더라고요. 오래전부터 이미 익숙하기만 했던 노래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추억 속 옛 노래를 다시 듣게 되어서 매우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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