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 일이 반복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26년 3월 2주 차 기록

by 현의

이번 주에 우연히 보고, 듣고, 만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살아보기 위한 작은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26년 3월 2주 차

보고, 듣고 만든 것 요약


1) 본 것: CD 속 가사집

이번 주에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CD들을 꺼내서 하나씩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오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만 음악을 들었는데, 이제부터 좋아하는 앨범은 CD를 구매하고 이를 직접 리핑해서 들어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내친김에 그동안 방 한구석에 보관해두기만 했던 CD들을 다시 꺼내보았는데요. 소장한 CD의 발매 연도를 보니 그래도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CD를 모은 것 같더라고요. 그 이후로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좀처럼 CD를 접하지 않아서 잊고 살았는데, 예전에는 CD를 구매하면 가사집과 앨범 소개 글도 그 안에 동봉되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재발견했습니다.



SE-8f881752-0338-45dd-8ba4-2193d54e08cb.jpg?type=w1
SE-a531d5e0-2a6a-425d-891f-ebd7775fc4b7.jpg?type=w1


그중에서도 10년 전에 가장 좋아했던 가수의 앨범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어요. 이제 와서 보니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에 한글로 된 소개 글이 있는 점도 새삼 감사하기만 하고, 앨범의 분위기에 맞춰 가사집도 레트로한 신문 기사처럼 디자인된 점도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앨범은 아티스트의 열정과 창의력이 담긴 한 편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팬들을 향한 아티스트의 선물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들으면서 앨범 한 장, 가사집 한 쪽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이름이 크레딧으로 올랐는지 확인하다 보면 어떤 노래든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런 수고스러운 노력이 그동안 예술을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든 요인이었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AI로만 만들어진 음악은 그에 비해 너무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나 봅니다.



다만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이 더 이상 AI로만 만들어진 음악과 실제 사람이 만든 음악과의 차이를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을 때쯤 되면 사람들의 인식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비효율적인 예술에 시간과 노력을 쏟거나, 그러한 열정을 여전히 가치있게 여길까요?


만약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AI로만 만들어진 음악이 범람하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의존도를 조금씩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CD를 정리하는 김에 ODD를 이용해서 CD를 PC와 연결해 리핑하는 방법을 따로 기록해 보았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광고에서 자유롭게 듣고 싶은 분이라면 아래 글에서 CD 리핑 방법을 참고해 보세요.





2) 만든 것: 블렌더 3D로 아이소메트릭 주방 만들기


이번 주에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부터 3D 아이소메트릭 주방 만들기 작업을 진행해 보았어요. 매일 조금씩 주방의 사물을 배치하는 과정은 마치 건축 게임을 하는 것 같아서 날마다 무척 재밌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09_001352.png?type=w1


[월요일]

지난 일요일에 주방의 대략적인 형태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주방 위쪽의 캐비닛과 자잘한 소품을 만드는데 집중했어요.


스크린샷 2026-03-09 001430.png

Wireframe modifier를 이용해서 접시 거치대를 만들고, 그 안에 담아둘 그릇들도 간단하게 만들어보았어요. 그다음에는 개수대의 수도꼭지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되지 않고 삐뚤어지기만 하더라고요. 일단 그대로 내버려둔 채 스펀지, 세제 같은 잡동사니를 만들었습니다.


스크린샷 2026-03-09 234740.png
스크린샷 2026-03-09 235213.png


[화요일]

주방 한가운데에 놓을 원형 식탁과 그 위를 장식할 음식들을 만들어보았어요. 처음에는 식빵과 잼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식빵 모양이 생각만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냥 간단하게 바게트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스크린샷 2026-03-09 235317.png

원형 식탁과 그 위를 장식할 식탁보도 만들어보았습니다. 식탁보는 cloth 시뮬레이션을 적용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스크린샷 2026-03-09 235343.png

삐뚤빼뚤했던 수도꼭지도 다시 똑바른 형태로 수정했습니다. 아주 작은 사물이지만 그래도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수정해야만 나중에 최종 결과물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스크린샷 2026-03-11 015113.png

[수요일]

이날은 블렌더에 많은 시간을 들일만한 여유가 없어서 식탁 위에 물병 하나만 만들어두었습니다. 물병이라고 하기에는 형태가 좀 애매해 보이긴 하는데 어쨌든 애매한 결과물이라도 일단 세상 밖으로 꺼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크린샷 2026-03-11 231420.png


[목요일]

네이버에서 피자와 관련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걸 보았는데, 해당 프로모션의 광고 이미지에 3D 피자 그림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자마자 나도 3D 피자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피자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실린더를 납작하게 만들어 피자 도우를 만들고, circle 오브젝트에 displace modifier를 적용해서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한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대략적인 피자의 모습을 구현해 보았어요.


스크린샷 2026-03-13 003339.png

피자만 만들고 끝내기에는 주방이 너무 허전해 보였기 때문에 카운터 위에 놓을 전자레인지도 모델링 해보았습니다. 사실 커피 머신이나 오븐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보다는 전자레인지의 형태가 가장 단순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를 택했어요.


스크린샷 2026-03-13 225856.png

개수대 위에 놓을 주방 기기 거치대도 만들어보았습니다. 만들 때는 뿌듯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원래 저 자리에 냄비도 걸어놓기도 하는 건지 헷갈리네요. 천이나 수세미 같은 좀 더 가벼운 물건을 걸어두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2026-03-13 232143.png


[금요일]

잡다한 물건들로 꽉 차있는 아기자기한 주방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위에 화분 바구니를 올려보았어요. 화분의 흙은 피자 소스를 만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circle 오브젝트에 displacement modifier를 적용해서 울퉁불퉁하게 만들어보았고, 이파리는 plain 오브젝트의 모양을 변형해서 만들어보았습니다.


스크린샷 2026-03-13 233429.png


개수대 옆에는 수저 통도 있어야 마땅하기 때문에 포크, 젓가락, 숟가락이 있는 수저 통도 만들었어요. 하나하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너무 작아서 서로 구분이 안 가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개수대의 가운데에는 수챗구멍도 간단하게 만들어보았어요.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금요일이 될 때까지도 미처 생각을 못 했다가 뒤늦게 떠올라서 급하게 추가했습니다.

스크린샷 2026-03-13 234411.png


그릇 거치대에 올려놓았던 그릇들을 복제해서 상단의 캐비닛에 넣어보았습니다. 오브젝트를 복사해서 크기만 조금 조절한 뒤에 올려두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금방 할 수 있었어요.


스크린샷 2026-03-13 234640.png


금요일까지 완성한 주방 아이소메트릭의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군데군데 빈 곳이 있지만 그래도 잡다한 사물들로 귀엽게 자리가 채워진 점이 마음에 들어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10939.png?type=w1


[토요일]

어제는 주방의 빈 공간을 채우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카운터 하단의 수납공간에는 냄비를 배치해 보았어요. 냄비 뚜껑은 언제나 가지런히 정리돼있다기보다는 냄비와 따로 노는 경우가 꽤 생기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도 표현해 보았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12953.png?type=w1


부엌 코너의 빈 공간에는 양념통과 라디오를 만들어서 배치해 보았습니다. 몇 개월 전에 튜토리얼 가이드 없이 참고 자료만 보면서 스스로 라디오를 모델링 해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모든 세부 사항을 정확히 표현하는데 집중하느라 너무 고생했는데, 그래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었던 모양인지 이번에는 과거에 비해 꽤 수월하게 라디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13557.png?type=w1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13845.png?type=w1


어제까지만 해도 테이블 위에 그냥 덩그러니 올라와 있기만 했던 바게트 아래에 접시를 추가하고 버터도 놓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에 물병은 있는데 컵이 없으면 이상하기 때문에 컵도 두 잔 만들어보았어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14548.png?type=w1


찬장도 각종 요리 재료로 채워두었습니다. 서로 비슷한 모양의 간단한 모델링일 뿐이지만 각각 올리브유, 맛술, 매실액 같은 조미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15215.png?type=w1


테이블에 의자를 놓을 수 있을 만큼 부엌의 자리가 충분할지 고민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만들어보고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물을 만드느라 좀 지쳤기 때문에 의자는 아주 간단한 형태로 만들어보았어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21351.png?type=w1


딱 한자리 남은 카운터 위에는 사실 커피 메이커를 올려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커피 메이커의 형태가 간단해 보이지 않고 시간도 너무 늦었기 때문에 그 대신 간단한 사물을 만드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21929.png?type=w1


그래서 간단한 쿠키, 우유, 시리얼 그릇을 만들어보았어요. 모두 다 이전에 한 번씩 만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드는데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커피 메이커를 만드는 도전적인 시도를 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건 추후에 카페 아이소메트릭 만들기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걸로 대신하려고 해요.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14_221954.png?type=w1


토요일까지 제작한 아이소메트릭 주방의 전체 모습입니다. 이제 대략적인 모델링은 다 끝났으니 사물들의 색과 재질을 더하는 텍스처링 작업만 진행하면 되는데요.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다음 주에 소개해 보겠습니다.


매일 조금씩 아이소메트릭 방을 만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세상의 어떤 사소한 일도 하룻밤만에 결실을 볼 수는 없다는 점이었어요. 멀리서 보면 별로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아주 작은 소품이라도 매일 조금씩 추가해야만 끝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3D 모델링같은 취미뿐만 아니라 건강관리든, 일이든, 생활 습관이든, 재정관리든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인은 멀리서 보면 티도 안 날 정도로 작은 일들이 모여서 큰 형태를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매일 노력할만한 보람을 주는 사실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세상의 어떤 일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는 무서운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식사 후 간식을 먹는 사소한 습관, 의자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 습관, 잘못된 자세, 무심코 내뱉는 말 모두 얼핏보면 대수롭지 않아보이지만 이 모든 것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결국에는 내 삶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이 되니까요.


'매일 이 일이 반복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삶의 사소한 습관이 무서운 결과를 낳는 걸 막기 위해서는 어쩌면 이 점을 계속 염두에 두며 하루하루를 보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이 어렵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며 점검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3) 들은 것: 영화 OST


https://youtu.be/MR52MIJuZJY?si=xPWfo6y-17QceUx8


The Kinks - Strangers (Official Audio)


이번 주에는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를 보았습니다. 그중 인상적인 OST가 있어서 나중에 두고두고 들어보려고 영화가 끝난 후에 따로 찾아보았어요.


가사를 찾아보니 '너무 오래 산다면 죽는 게 두려워질 거야','오늘 내 기분이 내일과 같다면 우리는 원하는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나눌 거야'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무척 간단한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지만 왠지 마음에 굉장히 오래 남네요.


길 위의 낯선 사람들 모두가 우리와 하나라는 것이 이 곡의 주된 메시지인데, 낯선 국가에서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는 영화의 주제와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이전 10화과거를 돌아보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