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4월 1주 차 기록
이번 주에 우연히 보고, 듣고, 만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살아보기 위한 작은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원피스 실사 드라마를 시즌 1까지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어떤 경로로도 원피스를 감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모든 에피소드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주인공이 동경하던 인물이 어느 날 위험에 빠진 주인공을 구하려다 한쪽 팔을 희생시킨다는 극적인 전개가 이야기의 초반부터 등장할 줄은 정말 몰랐네요.
그 외에도 단순히 조연인 줄로만 알았던 캐릭터가 결국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는 점도 꽤 의외였는데요.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된 키워드가 신뢰하는 동료와의 우정, 그리고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라는 점이 매우 낭만적이었습니다.
비록 남들은 그 꿈을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 그 꿈을 품고 있는 당사자조차 자신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은 모든 사람의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용기를 준다는 점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먹고사는 게 팍팍해서 낭만을 찾기가 어려워진 요즘 같은 시대에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순수한 신념을 가진 주인공의 서사를 다루는 이야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배우들의 모습과 행동이 만화 속 인물들과 상당히 흡사하고, 등장인물을 둘러싼 극적인 서사를 만드는 구조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만화는 너무 길어서 절대로 정주행 할 엄두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는 다음 시즌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게 될 것 같아요.
이번 주부터 만들기 시작한 아이소메트릭 베이커리 제작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익혔던 기술을 바탕으로 사물을 모델링 하는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한 번 손을 댄 작업은 어떤 식으로든 끝을 내는 인내심을 기르는 데는 훌륭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일요일]
간단한 카운터를 만들었어요. 다 만들고 보니 베이커리에 꼭 필요한 사물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디에 배치해야 좋을지도 애매했기 때문에 그저 애물단지만 되었습니다.
[월요일]
조각 케이크와 케이크 덮개를 만들었어요.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실시간 렌더링을 하는데 무리가 있는 저사양 노트북으로 유리의 불투명도를 적당히 조절하는 데는 큰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말없이 이 모든 고생을 끌어안고 사는 노트북에게 미안합니다.
[화요일]
카운터의 배치 방식을 좀 바꾸고 스토브를 만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네모난 형태의 가전이기 때문에 만드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화구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plane을 ctrl + r로 나눈 뒤, 선을 위로 돌출시켜보니 대강 모양이 만들어져서 다행이었어요.
냉장고를 넣을 위치도 대략적으로 만들어보았어요. 아예 냉장고까지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수요일]
냉장고를 만들고, 카운터 위에 올려놓을 바게트를 만들어보았어요. 열심히 만들었지만 바게트보다는 손가락처럼 보이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목요일]
벽에 창문을 뚫고, 카운터의 위치를 바꿨어요. 베이커리에 빵 진열대 보다 카운터가 훨씬 더 많으면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원래 카운터가 있던 자리에 빵 진열대를 놓았습니다. 카운터 위가 좀 허전해 보여서 잼도 만들어서 올려보았어요.
[금요일]
커피 메이커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모양으로 만들면 좋았을 텐데 우선은 간단한 형태로만 만들어보았어요. 빵 진열대에는 귀여운 식빵도 넣었습니다.
[토요일]
어제는 베이커리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어요. 베이커리의 상단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케이크를 올려놓았고, 기존에 만들어둔 크루아상과 소시지 빵을 활용해서 크루아상 샌드위치도 만들었습니다. 혼자만 철망 위에서 밀려난 거북이 멜론 빵을 올려둘 작은 접시도 만들었어요. 이런 몇 가지 소소한 시도로 베이커리가 얼추 완성되어서 굉장히 뿌듯해요.
때로는 모든 게 너무 지지부진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매일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끝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걸 요즘은 자주 떠올리고 있습니다. 어느샌가 베이커리 만들기의 끝이 다가온 걸 보면 정말로 그건 사실이 맞는 것 같아요.
https://youtu.be/uc4Qw1zts6A?si=54Vv3pIFheK7W1cs
지난달의 저는 좋아하는 음악은 CD를 직접 구매한 뒤 리핑해서 듣고, 스포티파이는 일주일에 한 번만 사용하기로 남몰래 결심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금요일에 스포티파이를 사용해 보았는데요.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놀랍게도 스포티파이가 제가 어릴 때 자주 들었던 노래를 추천해 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들었던 노래라서 사실 그동안 이 노래의 존재조차 완전히 잊고 살았어요. 그런데도 노래의 인트로를 듣고, 앨범 커버와 밴드 명을 확인하자마자 한때는 이 앨범의 몇몇 수록곡을 정말 사랑했었고, 어느 장소에서 어떤 기기를 사용해 이 앨범을 들었는지도 다시 생생하게 떠올라서 신기했습니다. 하나의 곡이 오랫동안 묻고 살았던 여러 기억을 줄기처럼 끌어올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심지어 이 밴드는 그저 추억 속 밴드로만 머무르지 않고 최근에 새 앨범도 발매하고 올해는 미국 투어도 예정되어 있더라고요. 이 곡과 함께 추억을 좀 더 되짚어보다가 조금씩 이들의 새로운 앨범도 구경해 보려 합니다. 오래전에 이 노래와 추억을 쌓아가던 저는 현재의 저와는 완전히 다른 만큼 이제는 아무리 미련이 남더라도 과거는 뒤로 버려두고 조금씩 나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 일 테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