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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Jul 30. 2022

시대를 사로잡은 퍼스널브랜딩 비결은?

영화 <엘비스> 감상후기


이런 분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 락앤롤을 좋아하는 사람

: 영화 엘비스는 보헤미안 렙소디와는 좀 다르다. 영화 엘비스는 엘비스의 노래나 공연보다는 가수로서의 서사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노래들이 자주 나오니 영화관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는

왜 유명한지 궁금한 사람

: 비틀즈를 덕질하다보면 엘비스가 후배 가수들에게 음악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저절로 알게된다. 하지만 그런 나도 엘비스의 드라마 같은 삶에 대해서까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이 대부분 처음 듣는 내용이었는데, 엘비스가 인기있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엘비스 잘 모르는데?’ 싶을 수도 있는데, 엘비스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엘비스와 주변 인물의 서사를 보다보면 영화에 저절로 몰입이 될 것이다.


- 흑인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

: 엘비스는 백인의 장르 컨트리와 흑인의 장르 리듬 앤 블루스를 더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든 가수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엘비스가 흑인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모습을 꾸준히 드러낸다. 나라도 저런 음악이라면 반할 수밖에 없겠다 싶을 정도로 흑인 가수들의 노래를 아주 멋지게 담아낸다.


스포일러 없는 영화 후기

비틀즈의 인터뷰를 모은 ‘비틀즈 앤솔로지’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이런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비틀즈는 4명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비스는 한 사람 뿐이다. 엘비스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세상에서 한 명 뿐이라 더 힘들었을 것이다.



비틀즈의 말 그대로, 영화 엘비스에서는 타고난 천재성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엘비스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음악이 뭔지, 사랑하는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뭔지 고민하지만 주변에는 엘비스의 돈과 재능을 이용하려는 사람 뿐이다.​


사람들이 모두 진정으로 ‘나 답게 사는 것’을 추구하고 그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세상이었으면 결말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스카프, 뱃지, 머그컵 엘비스의 얼굴을 넣어 팔아먹으려는 사람 말고 정말로 엘비스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엘비스의 주변에 많이 남았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다운 남다름을 생각해 보았다.

엘비스가 유명한 이유는
자신의 뿌리를 자신만의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니까.


엘비스는 흑인이 사는 동네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흑인의 소울을 몸과 마음에 장착했다. 인종분리정책이 실시된 미국에서 흑인 가수와 서스럼 없이 교류하며 흑인들의 춤을 자기 공연에 녹여냈다. ​


엘비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끌어안고 자기답게 살았을 뿐인데 결국 그 나다운 남다름이 엘비스를 스타로 만들었다.​


누군가는 흑인 동네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을 비관적으로 보며 부끄러워 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흑인 음악을 길티플레져처럼 혼자 숨어서 몰래 들었을지도 모른다. 흑인처럼 다리를 요란하게 떠는 춤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춤은 꼭 아무도 안 보는 곳에 혼자서 추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굳이 숨기지 않고 ‘내가 겪어온 모든 삶,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전부 모여서 비로소 내가 되었어’ 라고 세상에 공표하면 얼마나 멋진 일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그 멋진 일이 끝까지 지속되도록 나 다운 모습을 찾는 걸 도와주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얼마나 소중한가​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타인이 선호받는 이유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다운 걸 세상에 드러내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남과 다른 모습을 쉽게 지적질하고 비난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개성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당당함과 단단함을 함께 떠올린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상관 않고 나다움이 무엇인지 찾고, 나다움을 발견는데 성공하고, 나다움을 발산하기까지 뭣하나 쉬운 게 없다. 사람들의 말과 시선 속에서도 자신다운 걸 잃지 않는 사람들이 그래서 나는 너무 좋다.



솔직히 나도 사람들에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를 만들어낸 뿌리에는 그런 초라한 면도 포함되어 있다. 나다운 면을 찾아서 남들에게 먹힐만한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면 이제는 그런 부끄러운 부분도 솔직히 드러내어 나의 모든 면에 꾸밈없이 녹여내야만 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개성이 넘쳐서 당당하고 단단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엘비스는 공연할 때 다리를 떨지 말라는 협박도 받았고 언론에서는 엘비스를 퇴출하려는 시도까지 벌어졌다. 일반인이 이런 끔찍한 일을 겪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어떻게 보이든 상관하지 않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 진짜 나를 구성하는 것, 진짜 나다운 것을 찾아서 표출하는 방법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 누구나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미 필요가 아니라 의미에 따라서 소비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다 똑같이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나만이 줄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고,
사람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 사건은 무엇인가?


남들은 안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의 어떤 면에 끌리는가?


영화 엘비스 후기는 이런 질문들로 마무리 할 수 있겠다. ​


훌륭한 음악, 실제 엘비스와 흡사하여 관객에게 몰입감을 주는 배우, 멋진 연기와 가창력 등 영화적인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말도 많다. ​


하지만 내게는 엘비스가 자신을 찾고 표출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

음악 영화 후기에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적는, 참 뜬금없는 면도 남다르며 나다운 면을 찾기 위한 내 여정의 일부가 되겠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영화 엘비스를 보고 비틀즈의 전성기를 담은 영화 ‘에잇 데이즈 어 위크’가 떠올랐다. 전설적인, 예술적인, 상징적인 비틀즈가 아닌, 당돌하고 재기발랄한 비틀즈의 데뷔 초 모습을 현 시대의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에서 제작된 영화라고 들었다. ​


영화 엘비스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비틀즈의 에잇 데이즈 어 위크로 그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틀즈의 끝도 썩 밝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기분전환하는데 제격인 영화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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