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전부터 왼쪽 엄지손가락에 이상이 생겼다. 손톱 윗부분이 약간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통증은 크지 않았지만, 몸 이곳저곳 아픈 데가 많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자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부위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병원에 갈 수도 없어,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월요일 오후가 되어 근처 병원을 찾았다. 항암 치료 중이고 손톱 색이 몇 개월째 변해 있는 상태이며, 최근 엄지손가락에 급성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의사는 손톱에 고름이 찬 것을 보더니 주사 바늘을 가져오라고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름을 빼고 소독 후 거즈로 감싸주었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한 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항생제를 처방해 주셨다. 인사를 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의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손가락에 큰 충격도 준 적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신기했다. 내 몸이 항암제에 의해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안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지금, 암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점심은 조금 이른 11시에 먹었다. 엄마도 입이 궁금하실 것 같아 냉장고에 있던 옥수수 세 개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비닐을 씌워야 잘 익지.” 엄마가 말씀하셨다. 암 환자에게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해롭다고 들었다. 피하고 싶어 도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기에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지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옥수수를 한 입 베어 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면역력이여, 높아져라… 떨어진 손톱, 자라나는 희망
옥수수를 먹으며 문득 왼손 가운데 손가락을 보니 손톱이 달랑거렸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거의 떨어지기 직전이다. 조심스레 들어 보니 그 아래엔 새 손톱이 자라고 있었다.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놀랍도록 단단하고 건강한 새 손톱이었다.
완전히 떨어지진 않았다. 왼쪽 끝이 아직 붙어 있었고, 조심히 잡아당겨 보았다. 살짝 아프긴 했지만, 억지로 떼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살면서 손톱이 빠지는 경험은 처음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다. “손톱 몇 개는 빠져야 진정한 암환자지.” 그땐 웃으며 넘겼는데, 이젠 그 말이 남 얘기 같지 않다.
지금 비정상적인 손톱은 양손 가운데 손가락 두 개다.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작은 부딪힘에도 몸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니, 마음도 조금 가라앉는다. 그러나 새롭게 자라나는 손톱을 보며 위로받는다. 아주 예쁘고 단단하게 자라고 있으니까. 나는 암환자입니다 빠져나간 손톱, 고름, 붓기, 그리고 통증… 이 모든 것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이다. 항암이라는 싸움을 지나가는, 살아있는 증거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암환자야. 너희가 나에게 말해주는구나.
조심하라고, 잘 먹으라고, 견뎌내라고…” 이것이 내가 암과 나누는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