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2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라
46. 저속한 반감은 인생의 성장을 방해한다.
반감을 갖지 말라. 우리는 종종 사람들의 탁월한 자실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먼저 반감부터 갖는다. 뛰어난 사람들에게 반감을 품는 것만큼 자신의 가지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다. 영웅들에게 호감을 품으면 이익이 되고, 반감을 품으면 명예가 실추된다.
최근 병원 일정으로 수업에 자주 빠지던 중, A선배가 먼저 연락을 주었다. “잘 지내지?”라는 반가운 인사에 나도 안부를 전했다. 선배는 본인이 잘 아는 농장에서 블루베리와 건강된장을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다고 몇 번이나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거절 말고, 받고 건강해져”라는 따뜻한 말에 결국 주소를 전했다. 다들 바쁘고 힘든 시기에 마음을 나눠준 선배의 배려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나는 건강해져서 꼭 이 마음을 갚겠다고 다짐했다.
통화를 마무리할 무렵, 선배는 말 끝에 “나 과대표 내려놨어”라고 조용히 말했다. 놀라웠다.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그간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A선배는 목소리도 크고 교수들과의 소통도 능숙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과대표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학교 행사에도 종종 반대를 해 기존의 전통적인 일정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를테면 학생 수학여행을 1박 2일에서 당일 일정으로 변경한 일이 대표적이다. 그 과정에서 학교 측과 자주 갈등이 생겼고, 과 내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교수들조차 과제를 가장 늦게 제출하는 선배의 모습에 놀랐다는 얘기도 들렸다.
출석이 어려웠던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나중에야 들었다. 어쩌면 선배는 나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본인의 결정을 자부심 있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함께한 이들은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 직책을 내려놓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동기들의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다.
생각해본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교의 전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께 경험해 본 후,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했더라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견은 소중하다. 그러나 의견을 나누는 데는 순서가 있다. 먼저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살피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나의 생각도 더 잘 전달되고, 관계도 단단해진다.
저속한 반감은 결국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곧 나를 성장시키는 길임을, 선배와의 통화를 통해 다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