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85. 횃불은 밝을수록 더 많이 닳고 지속 시간도 짧다.
만능패가 되지 말라. 모든 탁월한 것에도 결점이 있는데, 너무 많이 사용되면 오용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탁월함을 탐내면, 결국엔 모두 불쾌해진다. 극단적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해결책은 탁월한 빛을 드러낼 때 중도를 지키는 것이다. 즉, 완벽함이 넘치되 드러낼 대는 절제 해야 한다.
대표가 바뀌면 공기도 바뀐다. 몇 년 전, 중간관리자로 근무하던 때였다. 갑자기 직원 볼링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점별 우승자를 뽑아 본선에 내보내야 했다.
나는 평생 볼링을 몇 번 해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앞섰다. 교본을 사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찾아 보며 학교 시험공부하듯 자세와 점수 계산법을 익혔다.
연습은 아이들과 함께였다. 초등학생이던 두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엄마를 따라 처음 볼링공을 잡았다. 공은 또랑으로 빠지고, 나도 허둥지둥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즐거웠다. 매주 네 번쯤 아이들과 볼링장을 찾았다. 직원들 앞에서만큼은 자세라도 제대로 잡고 싶었다. 그 작은 욕심이 나를 움직였다.
몇 해 후, 점장이 탁구를 좋아한다며 휴게실 한쪽에 탁구대를 들였다. 점심시간마다 직원들이 모여 게임을 했다. 소문이 퍼지자 지점 대항전까지 열렸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나는 그 일정까지 주도하게 되었다.
다시 학원을 찾았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데려갔다.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배우는 속도가 빨라, 나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웃으며 배웠다. 관장님의 성심 어린 지도 덕분에 몇 달 만에 아이들과도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회사에서도 여직원들과 게임을 하면 대부분 이겼다. ‘조금만 더 배우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또 생겼다. 어느 날 관장님이 근처 대회에 왔다며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근무 중이라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탁구장에 가지 못했다.
볼링·탁구 대회는 모두 성황리에 끝났다. 그때마다 나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누군가 농담처럼 “일 안 하고 운동하러 회사 나오냐”고 말했을 때, 그 속에 담긴 진심을 미처 읽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직원들이 더 즐겁게 보내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배우고 보여주려 하기보다, 직원들의 마음과 행동을 읽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모든 운동에서 단기간에 완벽할 수 없듯, 내가 보여준 모습이 곧 내 진짜 모습도 아니었다. 인정받는 것보다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장면들은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는 안다. 모든 면에서 탁월하려는 내 모습보다 직원들을 응원하고 북돋는 모습이 더 바람직했다는 것을. 두 아이들을 무작정 끌고 가기보다, “너희가 하고 싶은 운동은 뭐니?”라고 물어보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였다는 것을.
밝은 횃불이 오래 타기 위해선, 스스로를 태우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씩 그 방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