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항암을 시작하던 날, 의사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키투루다를 설명했다. 민간보험으로는 가능했지만,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입원 항암이 불가능했다. 매번 500만 원을 감수하며 키투루다와 두 가지 독성 항암제를 6개월 동안 맞았다. 그 고통을 견디게 한 건 ‘완전관해’라는 희망이었다. 그 희망 하나가 모든 것을 버티게 했다.
나도, 의사도, 주변 사람들도 그 희망을 당연한 결말로 여겼다. 항암이 끝나고 한 달 뒤, 수술 전 13가지 검사를 받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MRI에 암세포가 보이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선항암과 기도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었다.
이미 전절제 확정되었고, 추가로 곽청술을 해야 했다. 수술 뒤 일주일을 더 입원하면서 “이제 암에서 해방됐다”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2024년 12월, 암이라는 단어가 내 일상을 다른 세계로 바꾸어 놓았지만, 선항암과 수술까지 끝냈으니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술 3주 차 외래 진료. 가족과 지인 모두 고생한 보람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나도 기도와 간절함이 ‘완전관해’로 이어질 거라 믿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림프절 4개에 전이가 있었고, 총 20개를 절제했다. 암 크기는 수술 전보다 3cm 더 큰 9cm였다.
수술했으니 관리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유방외과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수술로 암덩이가 발견되면 완전관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몸과 마음이 땅속으로 꺼지는 듯했다. 믿음과 희망으로 버텨 온 나날들이 한순간에 부서져 내렸다.
다음 진료는 종양내과였다. 선항암은 큰 효과가 없었고, 의사는 표준 항암으로 키투루다와 젤루다를 다시 설명하며 다른 임상치료도 언급했다. 4기에서나 주로 하는 치료라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 운명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이미 정해진 것일까. 질문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간단히 설명했지만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언니가 한마디 했다. “이제 의지할 곳은 예수님밖에 없어.”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믿을 구석이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며칠이 지난 뒤 미뤄두었던 학교에 다시 가기로 했다. 그동안 등교 뒤로 미뤄둔 채였다. 교정의 공기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치료가 끝난 자리에 절망만 남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아직 내가 할 일과 살아갈 날들이 남아 있다.
내 안의 힘은 여전히 살아 있다. 나는 그 힘을 믿기로 했다. 완전관해라는 꿈이 비록 꿈으로 끝났다. 그렀다고 그것이 내 삶의 끝은 아니다. 손가락, 발가락, 어깨, 팔까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그 외의 신체가 제로처럼 느껴져도, 나는 이 시간을 견뎌냈다. 치료의 기간은 버거웠지만, 나는 살아있다. 내 삶은 진행 중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나는 여전히 나의 삶을 다시 세워 갈 수 있다.
다시, 건강한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지만, 그것이 나를 다시 세상으로 이끈다. 그리고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완전관해라는 꿈 너머에서, 나는 여전히 나를 살아내고 있다.
ChatGPT에게 물어본다.
임상적 완전관해(cCR)
MRI·CT·PET 같은 영상검사나 신체검진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미경 수준까지 확인한 건 아니어서, 수술이나 조직검사에서 미세암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pathologic Complete Response)
항암(특히 선행항암) 후 수술로 절제한 조직을 병리과에서 확인했을 때 침윤성 암세포가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유방암에서는 일반적으로 유방조직과 겨드랑이 림프절 모두에서 침윤성 암이 없는 경우를 pCR이라고 합니다.
의미
특히 삼중음성유방암(TNBC)·HER2 양성 유방암에서 선행항암 후 pCR을 얻으면 재발률이 낮고 장기 생존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좋은 예후 인자로 여겨집니다.
다만 ‘완전관해’라고 해서 100% 재발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 미세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어 정기 추적검사가 필요합니다.
삼중음성유방암 완전관해률
한국 논문 중에서 “임상 3기 삼중음성 유방암(stage III TNBC)” 환자만을 대상으로 선행항암치료 후 병리적 완전관해(pCR)율을 명확하게 구분해 보고한 자료는 제한적입니다. 다만, 관련된 연구들을 통해 참고 가능한 수치를 몇 개 찾아봤고, 그 중 일부는 2-3기 또는 II-III 병기 혼합된 환자군을 포함하고 있어서, 정확히 3기만 따졌을 때는 더 낮거나 높을 수 있다는 점 유의하셔야 합니다
한국 실제 병원/실제 환자(real-world) 데이터에서 2기 + 3기 TNBC 환자군 전체의 pCR율은 약 20-30% 내외로 보고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