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94. 한눈에 파악되는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지 말라.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모두의 존경을 받으려는 마음에 남들이 자신의 지식과 능력의 깊이를 측정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남들이 나의 모든 능력을 파악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남들이 당신의 능력을 정확히 아는 것보다는 능력이 발휘될 범위를 추측하고 의심할 때 더 큰 존경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진행된 저자 사인회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진행 담당자로 인사를 나눈 뒤, 글쓰기 작가님이라는 소개를 받았다. 국가기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그녀는 외소하고 단아한 인상이었다. 서점에서 가끔 마주치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초보 작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지만, 그녀가 쓴 책을 읽어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책을 자기계발 코너에 진열하며 더 많은 독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녀는 양파처럼 다층적인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재테크, 부동산, 주식, 글쓰기까지 꾸준히 공부하고 있었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가 느껴졌다. 함께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선 운영하던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다행히 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 무렵 회사에서는 매출 감소를 이유로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업무는 점점 늘어났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퇴직 이야기가 슬며시 나오던 시기라 고민과 두려움이 컸다. 그런 마음을 유독 그녀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상담사처럼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그 덕분에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지만, 힘이 들 때는 오히려 가까운 사람보다 제3자의 말이 더 와닿을 때가 있다. 그녀를 만나면서 그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SNS 활용법, 각종 앱과 AI 활용법 등 궁금한 것이 있으면 즉석에서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스레드까지 그녀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이 많았다. 이런 세세한 부분을 누군가 알려 준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 번은 책에 대해 문의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마침 그녀의 어머니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글을 올리는 시간에 맞춰 글을 올렸다고 했다. 정신없을 텐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확실히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욱 본받고 싶은 작가라고 느꼈다.
공저를 집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자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강의나 블로그를 통해 쉽게 책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녀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의 회원이다. 우리는 각자의 저서를 준비하며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언젠가 멋진 호텔에서 파티를 열자고 약속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날이 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녀가 무엇을 못하는 사람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자신도 꾸준히 책과 글쓰기를 이어가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를 준다. 강의에서 만날 때마다 다시 한 번 존경심이 생긴다. 두 시간 내내 쉼 없이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을 보며, 자료 준비와 시간 투자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까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타인을 위해 스스로 공부해 아낌없이 나눠 주는 그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미리 보여 주는 사람 같다. 그녀가 만들어 준 ‘책과 함께하는 놀이터’ 덕분에 나는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있다. 지금처럼 서로의 성장을 위해 함께 파이팅하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