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족의 특별한 모습은?

십나오

by 또 다른세상

https://suno.com/s/fRrFLE2Pj3WAGG2O?time=82

우리 집은 요즘 객식구가 더 많다. 암투병을 시작한 뒤로 친정 식구들이 자주 찾아온다. 예전엔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모이던 가족이었는데, 지금은 이유 없이, 그냥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러 모인다.

아픈 사람이 두 명이니 살림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병원에 갈 때 혼자 움직이기 힘들면 오빠가 동행해 준다. 예전엔 가족모임마다 사소한 말로 다투고, 서운한 마음을 풀지 못한 채 흩어지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나와 엄마의 건강만을 걱정한다. 그 걱정이 가족을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한 달 전부터는 큰언니가 집에 와서 음식도 만들고, 집안일도 도와준다. 어떤 날엔 누가 집주인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침이면 부엌에서 나는 냄새와 함께 언니의 분주한 발소리가 들리고, 잠시 앉아 있으면 “애기야, 이것 좀 먹어봐.”라는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정성도 고맙지만, 그 온기가 때로는 버겁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을 나선다.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에야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이전엔 몰랐다. 아픔이 가족을 이렇게 묶어놓을 수도 있다는 걸. 누군가의 병이 집안의 온도를 달궈 놓고, 오래 묵은 서운함을 조금씩 녹여 버린다는 걸. 요즘의 우리 집은 어수선하지만, 동시에 따뜻하다. 아픈 사람의 집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 모여 사는 집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Q. 오늘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했던 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