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 항암제에 대해 알게 된 것들

후항암 2-2 : 트로델비

by 또 다른세상


진료 전 채혈, 호중구 수치 확인, 진료, 항암, 채혈 2회를 진행하는 날이다. 요즘은 채혈의 공포가 어느새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세 번의 채혈을 하려니 첫 번부터 긴장되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간호사는 제법 강한 고통을 주고 채혈을 마쳤다. 속으로 욕이 나왔다. 말로는 "일 년 동안 채혈한 것 중에 가장 아프네요"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나도 모르게 지혈을 하면서 그 간호사가 채혈하는 다른 환자를 살펴보게 된다. 다행히 나처럼 아프다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었다.


월요일, 생각보다 한산한 병원 풍경이다. 여전히 편의시설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약간의 여유는 있다. 속이 답답해서 잠깐 병원 밖으로 나오려니 경비원 아저씨가 정중히 인사를 한다.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 나온다. 건물 밖에 바람이 덜 부는 곳을 찾아서 속이 좀 내려가게 하려고 걸었다. 40분 정도 걷고 보호자가 앉아 있는 곳에서 채혈 결과를 확인해본다.


항암은 가능한 수치다. 트로델비라는 항암제를 맞을 예정이고, 전후로 채혈이 있을 예정이다.


항암제는 몸속에서 통제되지 않고 자라는 암세포를 억제하거나 죽이기 위해 만든 약이지만, 단순히 '독한 약'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원리를 가진 치료다. 암은 본래 우리 몸의 세포가 변형되어 생긴 것이기 때문에, 항암제는 암세포만을 정확히 골라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우선적으로 공격한다. 이 때문에 암세포뿐 아니라 모낭, 장 점막, 골수 같은 정상 세포도 영향을 받아 탈모, 구토, 설사, 혹은 백혈구 감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항암제가 가진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몸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암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전신 치료이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첫 번째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세포독성 항암제로, 말 그대로 세포 분열을 방해하거나 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다. 강력하지만 부작용도 크고, 환자에게는 '독을 넣어 암을 죽이는 과정'처럼 느껴지는 치료다. 두 번째는 최근 크게 발전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같은 맞춤형 치료다. 이 약들은 암세포가 가진 특정 단백질이나 신호체계를 정밀하게 겨냥하여 타격한다. 예를 들어 트로델비 같은 약은 암세포에 달라붙는 항체와 그 항체가 암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독성 약물이 결합된 형태로, 정상세포에는 최대한 영향을 줄이면서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파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항암치료는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과정만이 아니다. 매주 혹은 매 사이클마다 혈액검사를 통해 몸의 회복 정도를 확인하고, 체력, 면역력, 정신력의 균형을 조절하는 긴 여정에 가깝다. 어떤 날은 몸이 한없이 무겁고, 작은 증상 변화에도 마음이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환자들은 매번 자신의 몸을 다시 일으켜 병원으로 향한다. 항암제는 그렇게 매 순간 몸과 마음의 협력을 요구하는 치료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약물이 암세포뿐 아니라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변화들이다. 그래서 부작용은 한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통해 다양한 신호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변화는 피로감이다. 이는 단순한 피곤함과 다르게, 충분히 쉬어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깊은 무력감으로 찾아온다. 몸이 무겁고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가 줄어들며, 일상의 작은 행동조차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듯 느껴진다.

소화기 증상도 자주 나타난다. 구역감, 입맛 상실, 미각 변화, 입안의 염증, 설사나 변비가 대표적이다. 음식 냄새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거나 역하게 느껴져 식사 자체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 장 점막이 약해지면 갑작스럽게 설사가 나타나 탈수 위험이 높아지고, 반대로 장 운동이 느려져 불편한 변비가 지속되기도 한다.


또 다른 중요한 부작용은 골수기능 저하다. 항암제가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를 억제하면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가 감소한다. 이로 인해 쉽게 감염되거나, 멍과 출혈이 잘 생기고, 숨이 차거나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백혈구 감소는 미열 하나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된다.


피부와 모발 변화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탈모는 갑작스럽게 진행되기도 하며, 피부는 건조해지고 민감해져 작은 자극에도 붉어지거나 갈라지기 쉽다. 손발 저림이나 감각 둔화 같은 말초신경증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되기도 한다.


정서적인 변화 역시 부작용의 일부다. 몸이 힘들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울감, 불안, 예민함이 찾아오며, 감정의 파동이 전보다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몸 전체가 치료의 충격을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부작용은 사람마다 강도도, 양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날은 견딜 만하다가도, 어떤 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증상이 갑자기 찾아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참아내야 하는 고통'으로만 여기기보다, 몸이 보내는 치료 과정의 신호로 바라보며 의료진과 함께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부작용을 잘 관리하는 것 자체가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며, 그것이 결국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진다.


항암치료 후 회복은 몸, 생활, 마음 세 영역이 함께 움직일 때 가장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된다.


먼저 음식으로 회복하는 법이다. 항암 후의 몸은 상처 난 땅과 같아, 과하게 기름진 비료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을 더 잘 받아들인다. 위장은 예민해지고 미각은 변해 있으므로, 먹기 편한 음식을 천천히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은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가장 중요하다. 미지근한 물, 보리차, 약간의 이온음료는 탈수를 막아주고, 설사가 있을 때는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식사는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중심으로 한다. 잘 익힌 채소, 감자나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계란찜, 흰살 생선, 두부는 대표적인 회복 음식이다.


단백질은 세포 회복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고기 비린내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두부, 계란, 생선, 요거트처럼 부드럽고 냄새가 덜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입안이 헐어 있거나 미각이 둔해졌다면, 너무 뜨겁지 않은 미음이나 스프가 오히려 편하다. 중요한 건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받아들이는 만큼 꾸준히 먹는 것이다.


운동으로 회복하는 법도 있다. 항암 후의 운동은 '힘을 기르는 훈련'이라기보다, 몸을 다시 깨우는 과정에 가깝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출발은 천천히 걷기다. 집 안이나 복도에서 몇 분만 걸어도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피로가 덜 쌓인다. 호흡이 벅차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굳어 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균형 감각도 되살릴 수 있다.


중요한 원칙은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항암 후 피로는 일반 피로와 달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다음 날 더 크게 되돌아온다. 그래서 운동은 항상 '오늘 가능한 만큼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오래 간다.


마음 자세로 회복하는 법도 중요하다. 항암치료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깊이 흔들어 놓는다. 회복의 마음자세는 단단한 의지나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과정에 가깝다.

먼저,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번갈아 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몸이 예측대로 따라주지 않는 날에는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부드럽게 말해주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다.


또한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음'을 발견하는 태도가 회복을 더 빠르게 만든다. 짧은 산책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간단히 식사를 준비했다면 그것도 훌륭한 일이다. 회복은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이런 작은 가능성들이 하루하루 쌓여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움받기를 주저하지 않는 마음이다. 항암은 혼자 버티기 어려운 길이기에, 가족, 친구, 의료진의 도움은 약해진 자신을 대신해 주는 버팀목이 된다. 때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 따뜻한 문자 하나가 다음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된다.


그동안 급속히 떨어지는 백혈구 수치로 연속 두 번 진료를 갔으나 항암을 맞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후로 단백질 섭취에 집중했다. 닭발, 닭백숙, 추어탕 등을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야채, 과일도 자주 먹었지만 변비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항암을 맞고 5일 지나면서 조금 나아졌다.


발저림, 손저림이 심해진 상태다. 타이머를 걸어놓고 발 마사지나 지압을 하고 있다. 아프다고 계속 조심했더니 점점 심해진 상태였다. 그 순간 발을 디딜 때 조금 부드럽다. 다음 항암까지 해볼 생각이다.


불면증은 좋은 점이 있다. 새벽 1시가 되면 책을 읽는다. 피곤하면 낮에도 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다. 기도를 하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암 친구가 이야기해 준 야채주스를 잠시 후엔 만들어볼 생각이다. 잘 삶아서 소분해서 갈아놓고 사흘 먹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볼 예정이다.


진료받을 때 부작용약을 요청해도 선뜻 처방해 주지 않는다. 음식으로 해보고 어렵다면 가지고 있는 약을 먹을 생각이다.


이번 주부터 가정간호사가 방문하여 백혈구 주사를 맞게 되었다. 학습의 효과인지 또 두렵다. 선항암 할 때마다 주사를 맞으면 3일 동안 꼼짝을 하지 못했다. 약이 다르다고 했지만, 항암을 맞고 이틀째 주사를 맞게 되니 더 힘들다.


사람마다 모든 약도, 부작용도, 마음 상태도 다르다. 낫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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