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71. 가장 위험할 때를 대비해 보관해둔 큰 닻이 있어야 한다.
호의를 낭비하지 말라. 소중한 친구들은 소중한 기회를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그들의 신뢰가 사소한 일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들의 호의를 낭비하는 꼴이다. 재물보다는 호의를 배푸는 사람들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산속의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한 청년이 있다.
그는 12월까지만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사장에게 전했다.
그러자 사장은 “오래 일할 줄 알고 채용했으니 1월까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은 자신의 퇴사가 식당에 피해가 될까 염려해 1월까지 남기로 결심했다.
청년의 어머니는 산속까지 출퇴근을 도와주고 있다. 교통비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근 집 근처에서 정규직 채용 공고가 나자, 아들이 지원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어머니가 보기엔, 청년을 위해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는 식당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아들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 사람들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둘 다 실속이 없다.”
“청년지원금도 제대로 못 받고, 교통비 들여가며 산속 식당에 다녀서 뭐가 남냐.”
국가에서 챙겨주는 혜택도 못 챙긴다며 답답해했다.
하지만 내가 보는 이 청년은 다르다.
요즘 보기 드문, 참 지혜로운 사람이다.
누구라도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면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그는 돈도, 편안함도, 주변의 조언도 아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을 따라 움직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 맡은 바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이 그 중심에 있다.
누군가는 그런 그를 ‘바보 같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바보 같지 않다는 이유로 자기만을 위해 사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식당 사장이 이 청년의 노동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른이란 이유로, 기성세대라는 이유로, 한 청년의 성실함을 당연하게 소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의 선택을 존중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돈보다, 편리함보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어른들의 논리보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에게 더 많은 조언을 하기보다,
그의 호의와 진심을 지켜주는 어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