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72. 명예를 얻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사소한 일로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잃을 게 없는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 그래야 자신의 중요성이 보장된다. 모든 능력을 다 사용하거나, 매번 온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 지식이 있어도 그것을 아껴두면, 그 완벽함은 배가 된다. 일이 잘못될 때 어려움에서 빠져나오려면 항상 도움을 구할 뭔가가 있어야 한다.
3학기 동안 오프라인으로 공부하며 사회복지학과 전문학사를 마치고, 이제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인 교실은 하나의 작은 사회였다.
주임교수님의 리더십은 ‘평생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천천히, 그러나 깊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갔다.
학급회장과 총무를 선출하던 첫날, 모두 같은 얼굴로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역할은 자연스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조용히 공부만 하던 친구는 3학기가 흐르자 어느새 사람들과 깊어져,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실습 기간에는 예민함이 차올라 큰소리가 나기도 했고, 잠시 관계가 멀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가까워졌다.
며느리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80대 학생은 허리 통증이 심했지만
“수술은 공부 끝나고 나서 하겠다”며 학습 일정을 먼저 잡았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며 우울증이 나아졌다는 친구는 시험 기간마다 교수님들과 더 자주 소통하려 노력했다.
학교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불평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왜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며 따라주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건강한 몸으로 3학기쯤은 무리 없이 마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 중 암을 진단받았고, 교수님과 동료들의 힘으로 다시 버티고 있다.
수업 때마다 간식을 챙겨오는 사람,
동료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
건물주이면서도, 믹스커피를 한 움큼 가져가는 사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매번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해 눈총을 받는 사람…
가족과 직장을 떠나 새로운 배움에 도전한 이곳은
그 자체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그 안에서 각자의 이익을 챙기려는 마음도,
성향과 욕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도 피할 수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관심이 향하길 바라며,
타인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괜히 흠집 내고 싶은 마음이 스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각자 목표한 학습 일정은 묵묵히 마무리되어 간다.
이것이 인생의 모습일 것이다.
삶 속에는 죽음이 있고,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경험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도움을 주고받는지,
우리가 어떤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는지가 결국은 중요하다.
죽음으로 끝나는 인생일지라도,
그 여정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기뻐하고, 인간으로서의 길을 지키는 일.
그것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