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78. 두려움을 이기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자기 마음을 믿어라. 특히 확신이 생길 때는 더 믿어야 한다. 절대 마음의 소리를 부인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통행 가장 중요한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진정한 내면의 신탁이다.
10분이면 충분히 걸어가던 길이 이제는 30분이 걸린다.
천천히 걷다 보면 길가에 앉을 자리가 보일 때마다 왜 어르신들이 그곳에 잠시 몸을 맡기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작은 언덕 하나에도 숨이 차고, 이쯤에서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게 된다.
고민 끝에 도착한 곳은 요가원이다.
매트를 깔고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인다.
한숨, 한숨. 내 숨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는다.
잠시 후 강사님이 들어온다. 활기찬 목소리, 동작을 시범 보이는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숨을 고르게 고르고, 굳어 있던 몸을 조금씩 풀어본다.
다른 사람들처럼 왼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강사님이 다가와 팔을 잡고 조금 더 들어 올리려다 멈춘다.
“수술해서 잘 안 올라가요.”
말을 듣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요가원에 나오면서 조금은 나아진 편이다. 다른 수술 환자들처럼 회복이 빠르지는 않았고, 운동 역시 늘 조심스러웠다.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해보자.’
그 생각 하나로 안간힘을 쓰며 매일 이곳에 온다.
민머리로 수업을 받아서일까. 주변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암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듯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집에서부터 걸어와 요가 수업 50분을 버티는 일은,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것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동작을 따라가다 보면 화장실에 가야 할 때도 있고,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은 순간도 잦다. 그럴 때면 억지로 버티지 않는다. 동작을 멈추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질 때, 그때 다시 움직인다.
수업이 끝날 즈음이 가장 좋다.
민머리 위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은 가쁘다.
매트를 정리하고 일어서려 하면 어지러워 한참을 기댔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그럼에도 매일 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시간만큼은 내 호흡에 집중하며, 내 몸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진료가 없는 날이면 꼭 요가원에 가고 싶어진다.
큰 동작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 된다.
내년 5월까지 빡빡한 병원 일정이 이어지지만,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힘들어도 이곳에는 꼭 오자고.
그것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돌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강사님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는 에너지가 되고, 동료 수강생들의 꾸준함은 배움이 된다.
오늘도 동작 중간에 멈춰 섰다.
숨이 다시 고르게 쉬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다시 시도했다.
수술과 항암으로 몸은 굳어 있고, 혈관은 수축되어 할 수 있는 동작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곳은 내가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병원 일정으로 지치고, 기력이 떨어져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날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요가원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더 큰 두려움 속에 웅크리고 있었을 것이다. 몸은 더 굳고, 기력은 더 빠져 침대 밖으로 나오는 일조차 버거워졌을지 모른다.
오늘도 내 숨소리에 집중하는 50분이
나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