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확신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84.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명예를 우상처럼 숭배한다.


단 한 번의 기회에 인생을 걸지 말라는 말이 있다. 특히 시험처럼 결과가 분명한 일 앞에서는 더 그렇다. 단 한 번의 시험에 명성을 걸지 말라는 경고는, 실패했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그래서 늘 더 나은 방법을 준비하고 개선해야 한다. 상황은 생각보다 많은 우연에 의해 좌우된다. 결과가 좋아도 마음이 온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다.


사회복지사 1급 시험 이야기를 우연히 접했다. 시험 문제의 일부를 보았고, 반가움과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2년 동안 공부해 온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건 일부에 불과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험 일정을 확인했다. 2026년 1월 17일. 달력 위 날짜를 보며 계산해 보니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작은 목표라도 가져보자.’


그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하게 움직였다. 해보자는 결단이 먼저 나왔고, 기출문제 1000제를 펼쳤다. 3일에 한 과목씩, 기출문제와 요점 정리를 병행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과목은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이었다. 사회복지학의 기초가 되는 과목이자, 다양한 이론과 학자들이 등장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당황스러움이 커졌다. 이론은 이론대로, 학자는 학자대로 서로 비교되며 등장했지만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다.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읽고 또 읽어도 남는 것이 없었다.

‘왜 이렇게 암기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될까.’

마음이 급해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머리가 굳어버린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반복해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경험 삼아 시험을 보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욕심이었음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 부딪혀보자’는 마음은 용기가 아니라 조급함에 가까웠다. 욕심이 앞서면, 정작 봐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 과목을 겨우 마무리했을 즈음, 다시 시험 응시 자격을 확인했다.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은 학위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 기말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자격증 취득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설령 신청을 한다 해도 원서 접수 기간에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제야 모든 흐름이 멈췄다.

‘다급해지지 말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물론 자격이 안 되더라도 시험을 한 번 보는 경험이 의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나를 성장시키는 자극이 아니라,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준비되지 않은 시험은 도전이 아니라 소모가 된다.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은 결코 가벼운 시험이 아니다.

시험은 총 8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지역사회복지론

사회복지실천론

사회복지실천기술론

지역사회복지론

사회복지정책론

사회복지행정론

사회복지법제론

각 과목당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 한 과목이라도 40점 미만이면 탈락이다. 암기와 이해, 체력과 집중력까지 모두 요구되는 시험이다. 충분한 시간과 안정된 마음이 필요하다.

결국 다시 내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회복지사 2급은 내년 3월이 되어야 취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시험을 향해 달려갈 사람이 아니라, 기초를 다지고 흐름을 이해할 시기에 서 있는 사람이다.

바쁘게 간다고,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무리를 주는 방식이라면 결국 마이너스가 된다.


이번 일은 나에게 다시 한 번 속도를 조절하라는 신호였다. 시험이 아닌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지금은 천천히 가야 할 때라는 것. 여유를 가지고 공부하되, 학문으로서 사회복지를 이해하고, 자격시험 또한 내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더 오래 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 한 번의 시험에 운명을 걸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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