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다이어트 도전

by 또 다른세상


하루가 지날 때마다 ‘올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말이 들린다. 아파트 경비실 방송은 유난히 잦다. 세탁기 사용과 수돗물 관리, 아래층 물난리에 대비하라는 안내가 반복된다. 물을 약하게 틀어 두지 않으면 엄마의 걱정도 함께 시작된다. 물이 얼어버리면 어쩌냐며, 거실에서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신다.


엄마는 이제 ‘서울 할머니’가 다 되었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려는 마음이 생활 곳곳에서 느껴진다. 요양사님이 들어오시며 오늘은 유난히 춥다고 하신다. 영하 5도쯤 되어 보인다고. 그래도 엄마는 산책을 나가신다. 오전 11시 반, 놀이터에는 다른 할머니들이 거의 없다. 두 분은 간단한 운동기구로 몸을 풀고 돌아오신다.


휠체어에 앉아 하거나 잠깐 서서 하는 운동뿐이지만, 그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핑계를 대기 쉬운데 엄마는 꼭 밖으로 나간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가 그 자체로 보인다. 집에만 계시면 작은 움직임이라도 하시라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요즘 엄마는 다이어트를 시작하셨다. 한 달 치 주사를 처방받았고, 첫 주는 부작용으로 많이 힘들어하셨다. 이제 3주 차, 조금씩 적응해 가는 중이지만 체중 변화는 아직 없다. 한때는 초고도비만으로 살아가겠다고 단호히 말씀하셨기에, 마음을 바꿔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병원 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부작용 때문에 더는 못 하겠다”는 말을 꺼내신다. 그 말을 들으면 화가 나지만, 내 감정은 삼킨다. 엄마는 내 말투와 태도에 예민하게 반응하시고, 나 역시 항암 치료로 여유가 없다. 기본 6개월은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조금은 가볍게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한 움큼씩 드시던 약의 양은 늘 두려웠다. 진통제를 줄이자 낮에도 밤에도 잠을 거의 못 주무시지만, 움직임은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 엄마는 잘 느끼지 못하시는 듯하다.


예약된 진료에 함께 가서 설명을 듣고,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차근히 알아가고 싶다. 약으로 모든 통증이 사라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붓고, 살이 찌는 몸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니, 이 선택이 엄마의 건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힘들어도, 정말 조금만 참고 해봐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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