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같은 마음에서 수도자의 마음으로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01. 진짜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무지하다.


바보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이고,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그중 절반은 바보다. 자기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 보는 걸 못 보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럴까 봐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서기조차 무서울 만큼 추위가 온몸을 감싼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책을 읽고, 가족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고민을 화제로 삼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보태보지만, 결국 정확한 해답은 각자의 몫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요즘 읽는 책은 《나의 가치》다. 우리는 너무 자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간다. 잘 해낸 날에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쓸모 있어 보일 때만 존중받는 존재가 된다. 그러다 문득,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날의 나는 누구인가 묻게 된다.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성과와 역할, 타인의 기대 속에서 흔들려 온 ‘나의 가치’를 잠시 내려놓고, 비교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존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가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존재임을 스스로에게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저자 제이미 컨 리마는 자신의 위대함을 의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쌓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삶 전체가 변화한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는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의 저자 제이 셰티를 친구로 소개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오래전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던 그 책을 꺼내 든다. 발행일은 2021년. 무슨 핑계로 미뤄왔는지, 이제는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인생의 수도자가 되어야 한다.”

매일 비우고, 채우고, 나누는 수도자의 삶에서 배우는 불변의 지혜.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단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정의한 성공이나 행복이 내 선택을 좌우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부모, 친구, 교사, 미디어의 목소리는 젊은이들의 머릿속을 휘저으며 온갖 신념과 가치관의 씨앗을 뿌린다. 사회가 정의하는 ‘행복한 삶’은 모두의 행복인 동시에, 그 누구의 행복도 아니다.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그런 소음을 걸러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수도자의 마음가짐을 세우는 첫 번째 단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고, 한순간에 끌어내릴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불안 속에 머문다.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이 문제에서 저 문제로 옮겨 다닐 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뿌리를 파고들고, 성장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대책을 세운다면 우리도 수도자의 마음을 지닐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상태를 ‘원숭이 같은 마음’이라 표현한다. 이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원숭이 같은 마음은 이렇게 드러난다.

불평하고 비교하며 비난한다. 생각은 많지만 늘 미룬다. 작은 일에도 쉽게 한눈을 판다. 단기적인 만족을 좇고, 요구와 권리가 많다고 여긴다. 변덕이 죽 끓듯 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을 키운다. 자기중심적이고 집착하며, 멀티태스킹에 빠진다. 분노와 걱정, 두려움에 휘둘리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즐거움만을 좇고, 임시방편에 기대려 한다.


수도자의 마음은 이런 혼돈과 잡념에서 벗어나 명료함과 의미, 방향성을 찾도록 도와준다. 사회적 기준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세우는 마음이다. 그동안 원숭이 같은 마음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온 나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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