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008: 우산

십나오

by 또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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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 WORD 008: 우산

맘껏 자신을 펼치는 날은 비 오는 날이다. 일 년 내내 접힌 채, 우산집 속에서 신발장 어두운 구석에 머문다. 답답하다. 작은 공간, 언제 열릴지 모를 문을 기다리며 무덥고 퀴퀴한 여름날을 견딘다. “우산 챙겨 가.” 가족의 말에 취향대로 골라진 나는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답답한 신발장이 아니라 바깥세상이다. 현관을 나서는 순간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다. 서둘러 몸을 활짝 펼친다. 그동안 답답하게 접혀 있었는데 놀랍도록 잘도 펴진다. 세찬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주인이 향하는 곳으로 조용히 동행한다. 도착지에서 축축해진 몸을 다시 접고 비닐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젖은 우산이다. 비닐 속에서도 주인이 잡아준 손잡이의 따뜻함을 기억한다. 침묵 속의 기다림, 인내와 희생속 긍정,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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