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이동하는 나만의 안식처다

WORD 8 : 우산

by 다시청년

우산은 이동하는 나만의 안식처다.

우산을 펴면 그 안은 순식간에 어린 시절

양철 처마 밑이 된다.


'우두두'.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나를 감싸는 아늑한 보호막의 소리다.

이 작은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덕분에,

나는 거센 비바람 속을 뚫고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우산은 영원히 숨는 동굴이 아니다.

목적지인 건물에 다다라 우산을 '탁' 접고 뛰어드는 그 찰나,

나는 더 거대하고 안전한 세상으로 진입한다.


성장이란 이런게 아닐까.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만의 작은 지붕을 이고 빗속을 뚫고 가서

기어이 더 넓은 세상의 문을 여는 것.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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