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사 자격증 분투기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20. 용기의 왕도로 갈 수 없으면 수완의 지름길을 택하라.


"용기의 왕도로 갈 수 없다면 수완의 지름길을 택하라. 사자 가죽을 걸칠 수 없다면, 여우 가죽이라도 걸쳐라.“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처럼, 시대를 따른다는 것은 때로 유연하게 길을 찾는 지혜를 의미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자는 결코 명성을 잃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고상한 왕도가 아니었다.


고객센터는 대문짝만하게 전화번호를 공지해 놓았지만, 정작 전화를 걸면 '대기 순번 50번'이라는 절망적인 숫자만 돌아왔다. 사흘간 매달렸으나 단 한 번의 통화도 허락되지 않았다. "다시 걸어달라"는 기계적인 안내를 무시하고 십여 차례를 더 시도해도 연결의 벽은 높기만 했다.


기억나지 않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으려 '로그인 삼만리'를 떠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고받았다. 메모해둔 곳조차 기억나지 않아 자책감이 밀려왔다. "나는 바보가 분명하다"며 끙끙대기를 한 시간, 마침내 아이디를 찾아내 이메일로 문의글을 남겼다. 마감은 단 하루 전. 기운은 이미 다 빠져나갔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문제는 자격증 신청 과목이었다. 담당자는 내가 이수한 과목들이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선을 그었다. 마감이 코앞이라 손쓸 방도가 없었다. 심사에서 누락될 것을 직감하며, "만약 떨어지게 된다면 제출한 자료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간절한 메일을 보냈다. 담당자가 꼬투리를 잡아 자격증 취득을 막으려 한다는 서운함과 의구심만 가득한 채 책상을 지켰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사이버대학교 자격증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선생님, 내용을 자세히 보니 이수 과목 체크를 잘못하셨더라고요. 평가원 담당자와 이야기해서 오해를 풀었고,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자격증 발급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허무할 정도로 명쾌한 반전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절대 방법이 없다던 일들이, 마지막 끈을 놓지 않고 보낸 메일 한 통으로 풀린 것이다.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 인사에 담당자는 짧게 “네”라고 답했다. 평생교육사 2급 취득이 이토록 험난할 줄이야.


비록 과정에서 기대했던 친절한 서비스는 받지 못했지만, 결국 원하는 결과는 손에 쥐었다. 포기하려다 던진 마지막 질문이 닫혔던 문을 연 셈이다. 화려한 홍보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실망한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는 직원의 자세가 아닐까. 내가 겪은 이 막막한 진통을 다른 이들은 부디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록 에너지는 소진됐지만, 이 치열한 기록이 한 편의 멋진 글감이 되었으니 이 또한 '수완의 승리'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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