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21. 비난만 퍼붓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위험에 빠뜨리는 자가 되지 말라. 비난만 퍼붓는 사람은 멀리하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려서도 안 되지만, 타인의 품격을 깎아내리는 이들의 걸림돌에 걸려 넘어질 필요도 없단다. 항상 어리석은 참견을 할 준비가 된 사람들의 말에 너의 귀한 마음을 내어주지 마라.


수능 성적이 발표되던 날, 너는 자신감이 넘쳤었지. 조금 아쉬움은 있어도 서울권 진입이 가능하다며 들떠 있던 네 모습에 엄마도 참 기뻤단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놀지도 못하며 책상 앞을 지키던 네 미련 어린 시간들이 보상받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어.

원서를 쓸 때, 엄마는 그저 네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다니길 바랐지. 항공과 간호, 두 갈래 길에서 엄마는 내심 네가 간호 분야를 선택하길 바랐지만 강요할 순 없었어. 시력이 조금 약한 네가 혹여나 항공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만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가 시작되고, 기대와 달리 들려오는 무소식에 너는 밖으로만 돌더구나. 등록금 준비를 위해 일정을 묻는 엄마에게 "모두 예비 번호"라고 힘없이 말하던 네 뒷모습이 자꾸 밟힌다. 어느 날 말없이 차를 끌고 지방으로 떠나던 너를 보며, 운전대를 잡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오라며 속으로만 응원을 보냈다.

이제야 네 마음을 읽어본다. 최근 부쩍 길어졌던 게임 시간들, 그건 단순히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타들어 가는 속마음을 달래려던 너만의 도피처였음을 엄마가 미처 몰랐구나. 네 마음도 모르고 작업할 게 있다며 잔소리만 늘어놓았던 게 못내 미안하다.


"항공과가 아니라도 합격하는 곳에 갈게요." 힘없이 내뱉는 네 말에 가슴이 짠해온다. 아들아, 무엇을 하든 그 모든 과정이 너의 삶에 거름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엄마는 걱정하지 않아.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밤새도록 걱정만 하겠지만, 세상일이 그렇지가 않더구나.


지금의 너는 충분히 멋지고 훌륭해.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늘 최선의 결과는 아닐 수도 있고,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 때 더 큰 감사가 찾아오기도 한단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라. 지금의 상심이 머지않아 새로운 기회의 문이 되어줄 거야.

도전하고, 선택하고, 또 그 결과를 묵묵히 받아들이려 애쓰는 네 모습이 정말 고맙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우리 함께 세상에 맞춰 배우며 나아가자.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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