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017: 액자

십나오

by 또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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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 WORD 017: 액자

액자는 기억하고 싶은 찰나를 박제하는 틀이다. 거실 벽면과 화장대 위를 가득 채운 결혼, 졸업, 군 입대 사진들. 그 시절의 액자들은 왜 그리도 크고 웅장해야만 했을까.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는 거대한 물건 속에서, 아이와 어른은 하나같이 인위적인 조명 아래 편치 않은 웃음을 짓고 있다. 특히 화려한 배경의 결혼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생경하다. 과도한 수정 속에 갇힌 얼굴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마음을 건드리는 것은 수수한 차림으로 찍힌 작은 사진 한 장이다. 거창한 틀이 없어도 손바닥만 한 액자 속 꾸밈없는 미소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인생 또한 거대한 꿈을 쫓으며 삶을 과시하기보다, 자신의 발걸음에 맞춰 조용히 일구어가는 과정이 더 알차게 느껴진다. 겉치레와 거품을 걷어내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생의 중반을 넘어선 이가 마주해야 할 진정한 삶의 완성이다. 비운 자리에 깃드는 소박한 평온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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