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평온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23. 당신의 유별남은 개성인가 결함인가
너무 유별나게 보이지 말라. 허세 때문이든 부주의해서든 튀지 않아야 한다. 기이한 행동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차별점이라기보다 결함에 가깝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남들과 다름을 증명하고 특별함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별나지 않음'을 삶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게 되었다. 의도적인 허세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부주의함은 성숙한 자아의 표현이기보다 내면의 결핍을 가리는 서툰 포장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이한 행동이나 튀는 언행을 개성으로 착각하곤 하지만,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공동체의 조화를 깨뜨리는 특별함은 진정한 차별화가 될 수 없다. 조소를 부르거나 예기치 못한 분노를 일으키는 무례한 흔적일 뿐이다. 진정한 특별함은 소란스럽게 드러나지 않는다. 고요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한 평온함 속에 존재한다. 오늘도 평범함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를 다듬는다.
일요일 아침은 서두르지 않는 분주함으로 시작된다.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가늠한다.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시간, 물소리와 그릇 부딪히는 소리는 일종의 명상이다. 소박한 가사 노동은 가족을 향한 작은 헌신이자 예배를 준비하는 정결한 의식이다. 교회로 향하는 문을 나서기 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기분 좋은 설렘이 차오른다. 목사님이 나누어 줄 말씀에 대한 궁금증은 삶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나침반 같은 갈망이다. 세상 소음에서 벗어나 영적인 가르침을 마주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지난 한 주간 의미 있는 도전이 있었다. 매일 성경을 펼쳐 든 일이다. 대단한 통찰력이나 깊은 종교적 지식은 없다. 읽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더 많다. 문장은 난해하고 비유는 멀게만 느껴진다. 솔직히 이해되는 내용은 거의 없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씨앗을 뿌리자마자 열매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일 년 일독 계획이 이 년, 삼 년으로 이어질 때까지 거룩한 읽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빗물이 바위를 뚫는 반복의 힘을 믿는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을 끊임없이 눈에 담다 보면 깨달음의 빛이 영혼에 스며들 날이 올 것이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할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벌써 풍요롭다.
문득 거울 앞에 섰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피로가 가득했다. 고단함은 주름마다 깊게 패어 있고 입가에는 원망 섞인 기운이 감돌았다. 경계하던 '결함 있는 유별남'보다 더 아픈 풍경이었다. 억지로라도 웃어 보이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가진 게 이렇게 많은데 얼굴이 왜 그러니? 사랑하는 엄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든든한 형제들이 있잖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사람들이 무궁무진한데 무엇이 불만이어서 얼굴을 찌푸리니?" 물음 끝에 다시 감사를 발견한다. 결핍보다 누리는 풍요에 집중할 때 그늘은 비로소 걷힌다. 감사는 연습이 필요한 근육과 같아 매일 거울을 보며 단련한다.
교회로 향하는 길, 엄마는 늘 따스한 목소리로 배웅한다. 집을 비운 사이 엄마는 거실 한구석에서 낡은 성경책을 펼친다. 같은 글자를 읽고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뒷모습은 가장 큰 위안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엄마 손을 꼭 잡고 함께 교회에 가고 싶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마음을 달래던 엄마가 예배당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찬송을 부르는 날을 꿈꾼다. 그때까지 건강하기를 바라는 기도는 늘 하늘에 닿아 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든든한 양식을 먹은 듯 포만감이 가득하다. 목사님의 설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귀한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담았다. 집에 돌아가 엄마 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전해줄 생각이다. 감동이 엄마의 귀를 거쳐 다시 가슴으로 흐르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가르침은 명확했다. "감동에 머물지 말고 실천하는 자녀가 되라." 눈물로 깨닫는 것보다 깨달음을 들고 삶의 현장에서 작은 선행을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화를 내고 싶을 때 참는 것,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주어진 일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가야 할 길이다.
지난 한 주도 평안했다. 사고 없이, 큰 아픔 없이 무탈했다면 충분하다. 세상은 더 높이 올라가고 빨리 성취하는 것을 성공이라 말하지만, 성공이란 주어진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낼 수 있는 은혜를 누리는 것이다. 남들보다 빨리 가지 못한다. 깨달음도 늦고 실천도 서투르며 가끔은 뒤를 돌아보며 주춤거린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 속에 진짜 진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씩 속도대로 나아간다. 유별난 존재보다 유익한 존재가 되기를, 특별한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느린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