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나의 사전 WORD 038: 옷걸이
옷걸이는 자존심이다. 어깨를 반듯하게 펴고 각을 세운 채, 조용히 햇빛을 받는다. 그 위에 걸린 옷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도 함께 정돈된다. 구겨졌던 하루가 펴지고, 흐트러졌던 생각이 제자리를 찾는다. 옷걸이는 내 옷에 빛과 바람을 불어넣어 준다. 그 빛은 건강을, 그 바람은 희망을 몸에 장착하라고 속삭인다. 그래, 다시 각을 세우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을 때 옷걸이는 또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옷을 꺼내 접어야 하고, 내려서 다시 옷장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해야 할 일 목록에 작은 짐처럼 얹혀 있었다. 그럼에도 옷걸이에 단정히 걸린 옷을 보면 마음이 달라진다. 밖으로 나가 세상을 당당히 만끽하라고, 어깨를 펴고 걸어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옷걸이는 오늘도 말없이 나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