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100_ Day 39. 서랍
서랍은 숨겨놓은 불안함이다.
언젠가부터 두 번째 서랍 여닫이가 매끄럽지 못하다. 속옷과 양말을 넣어 둔, 하루에 최소 두 번은 여닫는 서랍이다. 자주 쓰는 만큼 먼저 탈이 난다. 레일이 닳았는지, 열 때마다 덜커덕 한 번 걸리고 나서야 열린다. 통째로 망가져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레일만 따로 고칠 수 없는 구조라 서랍 전체를 갈아야 할 수도 있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서 매번 덜커덕 소리를 외면하고있다. 열 때마다 모른 척 밀어 넣어 둔 걱정과 불안이 함께 딸려 나온다.
일을 하다 보면 정확히 알지 못해 자료를 더 찾아보고 학습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에 쫓겨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채 보고서를 마무리할 때가 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닫아 놓았지만, 속 레일은 어딘가 헐겁다. 질문 하나에 덜커덕 걸릴 것 같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통째로 흔들릴 것 같다. 서랍을 미리 손보지 못해 열 때마다 불안하듯, 충분히 학습하지 못하면 마음 한구석이 계속 걸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해야 되는데’를 굴릴 때 불안은 가장 커진다. 자료를 하나 더 찾고, 예상 질문을 적어 보고, 빈칸을 메우면 덜커덕 소리는 줄어든다. 서랍이든 학습이든 같다. 숨겨 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열어 보고, 점검하고, 조금이라도 고쳐야 비로소 매끄러워진다. 배움이 부족하다 생각이 들면, 그때가 바로 레일을 손볼 시간이다.
<나의 사전 100>은 100개의 단어를 '나만의 주제'로 풀어내는 여정이다.
앞으로 100일동안 하루에 한 단어씩 해당 단어의 정의를 내리고, 내 생각을 적어 나갈 예정이다.
100개의 단어가 모이면 전자책으로 만들어 또다른 결과물로 세상에 나오는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