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247. 소중한 인생을 일로만 채우지 말라
조금 더 알고, 조금 덜 살아라. 집 없는 사람이라도 시간 속에서는 살 수 있다. 중요해 보인다고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일하며 귀중한 삶을 낭비하는 것만큼 불행하다. 일과 시기심으로 삶을 가득 채우지는 말라. 그러면 삶도 짓밟히고 정신도 지친다.
하루 스물네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야 한다는 생각도 하나의 병일지 모른다. 무엇인가를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생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몸과 마음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간 거지?”
그럴 때면 시간을 되짚어 본다. 시간대별로 하루를 적어 내려가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날은 집안일을 하거나, 예상치 않게 찾아온 지인과 나눈 대화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내가 하려던 일은 뒤로 밀리고, 몸은 이미 지쳐 침대에 쓰러진다. 며칠이 지나면 처음 세웠던 다짐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돌아보면 그것은 욕심이었다. 욕심이다. 욕심이다. 욕심이다. 무언가를 더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묶어 두었다. 건강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가지들이 내 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성취감보다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게 남고, 내일은 더 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따라온다.
입으로는 몸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정말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춰 생각해 본다. 내가 원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아니었을 텐데. 그래서 잠시 원 밖으로 나와 나 자신을 바라본다. 마치 동그란 원 바깥에 서서 안쪽의 나를 바라보듯이.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생각해도 결국 답은 같다. 건강한 몸이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적어본다. 충분히 쉬는 일, 몸의 신호를 듣는 일, 잠깐 햇볕을 쬐며 걷는 일, 그리고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몇 줄의 글을 적는 일. 소중한 인생을 일로만 채우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