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은 귀를 통해 세상을 배우게 해 주는 작은 도구다. 눈이 피로해 책을 오래 읽지 못하는 날에도 소리로 지식을 이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늘 완벽히 챙겨지지는 않는다. 핸드폰은 손에 쥐고도 이어폰을 두고 나오는 날이면 긴 이동이나 산책길에서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대신 바람의 온도와 발걸음의 감각, 주변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없어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삶 역시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오늘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