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073 : 빨대

by 또 다른세상

빨대는 여유다. 목이 마를수록 사람은 더 급해진다. 한 번에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손끝을 재촉한다. 테이블 위 빨대를 집을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 나의 속도를 돌아보게 된다. 입술에 닿는 순간 시간은 느려지고, 한 모금씩 천천히 스며드는 시원함 속에서 조급함은 가라앉는다. 급히 마시다 흘리는 일도, 서두르다 놓치는 순간도 줄어든다. 그날 카페에 남는 것은 음료의 맛이 아니라, 천천히 머물렀던 마음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지만, 관계는 애쓴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말과 표정을 한 모금씩 받아들이듯 기다릴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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