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사람과의 만남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출근길에 누군가가 뛰기 시작하면 이유를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몇 분 차이에 불과한 시간에도 마음은 먼저 조급해진다. 지하철 입구 계단을 내려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객차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서로의 존재를 가까이 느끼게 만든다. 비록 어제 만나기로 약속하지 않았지만,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면 또 같은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이들을 보게 되고, 한 번도 말을 나눈 적은 없지만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묘한 연결감을 느낀다. 인간관계 또한 이와 닮아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깊이 알지 못하지만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스쳐 지나가며 건네는 짧은 인사 한마디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고, 그 소소한 교류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