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도 힘들지만, 서류 챙기는 것도 힘들어

휴일 혼인관계증명서 발급 분투기

by 햇살샘

다음 주 월요일 난자 채취를 앞두고 병원에 왔다. 1시간 고속도로를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 병원 주변만 3바퀴 돌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병원에 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붐빈다. 앉을자리가 없다. 가방이 천근 만근 무겁다.


[간호사] 혼인 관계 증명서 가지고 오셨어요?

[나] 아니요, 남편이 출력해서 오기로 했어요.

[간호사] 시술하기 전에 필요한데... 원래 첫날 가져오는 건데, 편의를 봐 드린 거예요.


오늘은 토요일, 주민센터를 갈 수도 없다. 번뜩 떠오른 게 PC방. PC방에 가서 출력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님께서 난감해하시길래, 밖에 가서 발급해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병원을 나왔다.


그런데 막상 PC방을 가려니 좀 꺼려진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이고, 코로나에 안전할지도 의문이다. 핸드폰 네비로 복사집을 검색해본다. 꽤 멀다. 다시 주차한 곳까지 가서 운전해서 갈 엄두가 안 난다. 주변에 어디 출력할만한 곳이 없나?


아! 저기! 공인중개사무소!


공인중개사무소에는 프린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공인중개사무소 가서 프린트 부탁드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또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무슨 용기인지,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공인중개사무소에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혹시, 1,000원 내고 프린트 한 장 할 수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아저씨께서 프린트하라고 하신다.


usb가 없어, 컴퓨터에 인증서를 설치하느라 애를 먹는다. 어디 위치에 저장해야 했지? 인터넷 사이트를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유레카!’ 이전에 집에서 인증서 검색하던 폴더 위치가 생각난다.


10분 넘게 인증서 설치하느라 헤맨 후, 성공적으로 인증서를 설치하고 대법원 전자관계등록시스템에 들어가 혼인관계증명서 발급을 신청한다.


이런, 팝업이 안 뜨잖아?


팝업 해제 버튼을 누르고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 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프린트가 안된다. 세 번째 시도에 다행히 프린트 성공!


아저씨께 1,000원을 드리려는데 가방에는 300원이 있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있어 돈을 바꿔오겠다는데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신다.


고마운 마음에 마트에 가서 커피와 과자를 샀다. 4,600원이 나왔다. 부동산 중개소에 들어가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하고 과자와 음료수를 드린다.


“어이구, 안 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하고 좋아하신다.


휴... 미리 서류를 뽑아두었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 텐데 ㅠㅠ 닥쳐서 하니 이리 맘고생 아닌 맘고생을 했다. 오늘은 4,600원짜리 혼인관계증명서를 병원에 제출했다.


뭐, 나 이상한 사람 취급 안 당했고,

아저씨의 호의 덕분에 증명서도 잘 제출했고,

덕분에 아저씨도 맛있는 음료수랑 과자 득템 하셨고,

간호사님 난처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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