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밖 의자에 쪼그려 앉아 빵을 먹다
“환자분이 너무 많아서 점심 해결하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다. 내 순서를 여쭤보니 15명 정도가 내 앞에 있다고 한다. ‘음, 점심을 해결하고 와야겠구나.’
눈치작전 끝에 차지한 의자를 뒤로 두고, 신체 시계에 따라 잠시 요기를 하러 밖에 나간다. 편의점에 들른다. 같은 병원에서 나온 부부는 삼각김밥을 사 먹는다. ‘나도 삼각김밥을 먹어볼까?’ ‘이런, 삼각김밥은 이미 다 떨어졌구나.’ 두유 한잔을 사서 벌컥벌컥 마신다. 뜨끈한 두유에 속이 따스해진다.
그런데 배가 안 찬다. 병원에 다시 들어가 내 순서가 아직 멀었음을 보고 다시 병원 밖을 나온다. 카페를 지나 빵집에 가서 샌드위치를 하나 산다. 빵집에 앉아서 먹을만한 공간이 없다. 다시 병원으로 온다. 손을 씻고 다시 밖에 나와 편의점 외부 테라스에 쪼그려 앉아 샌드위치를 꺼낸다.
코로나 방지를 위한 마스크를 벗고,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먹는다. 왠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볼까 길 쪽을 뒤로하고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다. 아, 내가 너무 짠해 보인다. 그러나 눈물이 날 만큼은 아니다. 이 정도로 운다면 내가 아니지!
샌드위치를 세 입 정도 먹으니 더 먹고 싶지 않다. 다시 병원에 와서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어느덧 시계는 2시를 가리킨다. 집에서 9시 40분에 출발해 병원에 11시에 왔는데... 아... 원장님 뵙기가 이리도 힘들구나.
기다림이 힘들어 브런치에 글을 쓴다. 병원 대기 시간 덕분에 브런치에 3편째 글을 쓰고 있다. 뭐, 그다지 무게도 철학도 없는 신변잡기적인 글을 쓴다.
점심을 먹다 생각난 ‘눈물 젖은 빵’, 괴테는 이 글감으로 괴테는 명시를 남기지만, 난 눈물 젖은 빵을 글감으로 시트콤 같은 글을 쓴다. 괴테는 그 시를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까?
눈물 젖은 빵... 수도 없이 먹어봤다.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고구마 캐듯 캐다간, 병원 의자에 앉아 처량하게 울고 있을 듯하여, 오늘은 시트콤 모드가 더 적절할 듯싶다. 병원 대기를 기다리다 지쳐 길가에 쪼그려 앉아 먹는 빵도, 눈물 젖은 빵만큼이나 목구멍에 잘 안 넘어간다. 아,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