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사색(思索)

방구석도 하나의 세계

by 햇살샘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하지만, 내 세계는 아직 너무나도 작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뉴턴은 "내가 아는 지식은 바닷가에 있는 수많은 모래 중 한 알의 모래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턴이 그 정도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래의 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낯선 체험, 낯선 자극 가운데 좀 더 내 세계를 넓혀가고 싶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을, 습관에 따라 살아간다. 행동에도 습관이 있듯이 사고에도 습관이 있어서 내 사고패턴을 쉬이 버리지 못한다.


과거의 타성에 젖어있는 날 깨우는 것은 무엇일까? '책 읽기는 애쓰기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타성에 젖어있던 나에게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하나의 문장인데 이렇게 마음을 뒤흔들고 지성을 뒤흔드는 힘이 있을 수 있구나. 문장의 힘에 놀라웠다. 유명만 교수님의 책을 덮고 난 후,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나만의 머릿속 서재, 즉 아카이브(archive)를 구축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나의 경험의 한계, 문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훌륭한 사람들의 작품, 삶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일상을, 글을, 작품을 그저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려면 내가 찾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나의 경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한한 인간이 유한한 시간을 살면서 습관적 사고 속에서 나오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나의 세계를 넓혀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책은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날것으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 난 이때까지 내 이야기를 날것으로는 꺼내기는 했지만, 그 속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일에는 서툴렀다. 그런 글은 결국 자기만족의 글로 그칠 위험이 있다. 글을 읽고 난 독자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


그럼 난 어떻게 글에서 메시지를 찾을 것인가? 그건 사골을 끓이듯 진득한 사색이 필요하다. 사골을 끓이기 전, 밍숭 밍숭 한 맹물을 좋아할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뜨거운 온도를 견뎌내며 나온 사골국은 맹물이 줄 수 없는 깊이와 풍미가 있다. 진득한 사색의 공간이 나에게는 방구석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디 나가기가 힘든 요즘, 방구석은 나의 또 다른 창조와 연결의 세계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다가온 문장을 마음속에 밑줄 긋고 노트에 필사하며, 내 삶을 돌아본다. 서른 후반, 어쩌면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중간 지점을 달리고 있는 나에게는 이전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유한한 인간이 시공간의 한계 속에서 생각하고 글을 써내는 것에는 많은 제한이 따른다. 그렇다고 새로운 환경에 가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러 가기에는 코로나가 주는 환경적 제약이 크다. 물론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럼 내가 나의 생각의 지도를 넓히고, 기존의 문장 쓰는 습관에서 벗어나 좀 더 묵직하고 힘 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이다. 방구석에서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내게 깨달음을 준 그 책에서 시작하여 그 책에 인용된 책, 명언, 시, 예술작품을 탐색하며 세계를 넓혀 나가고 싶다. 2평 내외의 방구석에서 난 내 세계를 개척해나가고자 한다.


"네가?(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내가!"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그동안 잠자던 지성과 감성을 깨우고, 나만의 메시지를 찾아 사색의 여행을 떠난다. 이 좁다란 방구석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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