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記憶)을 위한 기록(記錄)

기억 한 조각을 글로 써내려는 몸부림

by 햇살샘



'기억(記憶)' 단어의 뜻을 찾아봤다. 기억의 기(記)의 뜻이 '기록하다, 적다'의 뜻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기록(記錄)의 기(記) 자와도 같았다. 기억을 위해서는 기록이 필수적인데, 문제는 기록하기에 게으르다는 점이다. 기록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기록하느냐도 관건이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일을 잊게 되고, 기록을 의지하여 기억을 살려내기 때문이다. 그럼 기록이 정말 중요한데, 어떻게 기록하지? 망각의 동물인 나는, 기록하기에 너무 피곤하여 미루다가 미루다가 시간을 놓쳐버린다.


결국 문제는 나의 의지 부족? 또는 게으름이라 할 수 있겠다. 아니면 이유 없는 분주함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우선순위에서 글쓰기가 밀렸을 수도 있다. '중요한 일'이지만 '긴급한 일'이 아니기에 여러 긴급한 일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고 졸린 눈을 비비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약간의 비몽사몽 상태라 글이 잘 나올지 모르겠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쓴다. 잘 쓰려고 하니 더 안 써지는 것 같다. 깊이 있는 통찰력이나, 뛰어는 글 솜씨가 없어도 우선 막무가내로 써 내려 나간다. 생각은 8월 글쓰기 모임에서 맴돈다. 그래, 기억을 되살려 보자.


8월, 몇 분의 선생님들과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워낙에 선생님들께서는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으셨고, 나는 선생님들께서 쓰신 글을 나눌 수 있는 자리만 마련해 드리면 되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서로 쓴 글을 낭독하고 감동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는데, 글 중간중간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글에 쏙 빠졌다. 무엇보다 선생님 본인이 쓴 글을 본인이 읽으니, 뭔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은 꽤 차이가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 그 분위기, 생동감이 낭독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감동이 배가 되나 보다.


내 차례가 되어 내 부족한 글을 선생님 앞에서 읽었다. 글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이나 생각한 점을 말씀해 주시는데 생각지 못한 큰 위로가 되었다. 훈훈하게 모임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이 글쓰기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난 상태에서 기억을 꺼내려니 기억은 아련하고, 밤늦은 시간에 타자를 두드리니 머리도 맑지 않지만, 그래도 우선 글을 썼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한다.


때로는 쓰이지 않는 글을,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짜내어 쓸 때도 있는 것이다. 뭐 그럼 어떤가? 그래도 나의 기억의 한 조각을 남기고자 몸부림치고 있지 않는가? 나의 작은 몸부림을 글로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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