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갈망을 갈망하는가?

by 햇살샘

"안 하면 계속 미련이 남아서 ... 이 길도 쉽지 않은 길이라 준비하면서 혹여 흔들리면 안 됩니다."




마흔 즈음에 들어서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점점 또래 선생님들이 승진길에 오르시고,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거나 합격하기도 했다. 선배 선생님들께서는 내게 '장학사 시험'을 강력히 추천하셨다.


"OO샘, 올해는 장학사 시험 준비에 집중하세요. 교감선생님께도 말씀드리고요."


부장님께서도 '자네 연구사 시험 얼른 준비하게.'라며 승진 준비를 권유하셨다. 이미 다른 길들의 가능성이 점점 좁아보였기에, 전문직 시험 준비를 해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신 선생님께 어떻게 시험을 준비할지를 여쭤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전문직 관련해서 정보를 주시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인지를 다시금 점검하게 하는 말씀을 하셨다.


"안 하면 계속 미련이 남아서 ... 이 길도 쉽지 않은 길이라 준비하면서 혹여 흔들리면 안 됩니다."


안 하면 미련이 남는 일,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 보니, 유학을 가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포기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승진이 아닌 학문이구나.'


이상을 추구하고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학문과 연구'에 대한 지나친 갈망을 어찌할 수가 없다.


"여보, 내가 만약 해외 대학교에 합격해서 유학을 가면 어떻게 할거야?"

"나도 같이 가지."

"여보는 한국에 있고 나만 다녀오는 건 어때?"

"혼자 가면 힘들어. 외롭고."


남편과의 대화를 하면서, 남편이 유학을 같이 간다고 하는 이유가 날 생각해서란 걸 깨닫는다. 내가 힘들까봐 같이 가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녹는다.


"날 사랑해서 같이 가는 거구나."

"그렇지."


몇 분 전만해도, 나 혼자라도 유학을 가서 독립적으로 연구자로 꿋꿋이 서 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금방 내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뒤집어져, 유학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남편과 같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갈망을 갈망하며 승진을 하고 싶었다. 승진이라는 거센 물결 가운데, 내가 이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진정 원하고 갈망하는 것을 해나갈 힘이 있는가? 젊은 시절은 승진과 관련이 없었기에 좀 더 자유로웠는데, 중년에 접어드니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의 갈망을 갈망하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 하면 미련이 남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남는 법이다.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갈망을 따라 살다 보면,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타인의 갈망으로 빽빽해진 마음을 비워낸다. 그리고 숨어 있는, 반짝이는 나의 갈망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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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녀(A Young Girl Reading), 장오노레 프라고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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