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그 때 끊었더라면

담배의 회상

by 햇살샘

아빠는 담배를 많이 피셨다. 거의 하루에 반갑은 피우셨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아빠 건강이 걱정되어 아빠 담배를 몰래 숨기기도 했다. 아빠가 담배를 피면 짜증을 부리고, 그러면 안된다고 한껏 어린 목소리로 잔소리를 했다. 그러면 엄마는 나보고 아나운서해도 되겠다며, 어찌 그리 말을 조리있게 잘하냐고 예뻐하셨다. 그러나 아나운서 같이 말하는 딸의 잔소리도 아빠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나 보다. 힘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고통을 잊게 하는, 담배 한 대의 위안을 쉽게 끊지 못하셨다.


아빠는 세 차례 건강상의 고비를 넘기셨다. 그 때마다 담배를 끊기로 약속하셨다. 방 옷장에 '금연'이라고 크게 써 두셨다. 그러나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아빠는 담배와 떼레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담배라는 친구는 좋지 못한 친구였다. 아빠의 폐를 바싹 고장내어 버렸으니까. 아빠는 폐암으로, 척추까지 암세포가 전이되어 돌아가셨다.


아빠가 폐암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동생이 말했다.

"언니, 집에서 아빠 담배갑을 찾았는데 이 만큼(손을 벌리며)이나 나왔어. 그런데 그림이 다 잔인하지 않은 그림이었어. 담배에 보면 무서운 그림을 의도적으로 피하셨던 것 같아."

아빠는 애써 담배의 위험을 알리는 사진을 외면하며 담배를 피우시고, 그 담배갑을 모아두셨던 것이다. 아... 아빠,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아빠가 공무원으로 일할 당시 쓴 일기장에서 담배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1974년 3월 16일


담배...

아무런 소용이 없는 절대적 낭비!

담배를 끊어버렸다.

그보다 내 위생상 올 겨울 감기로 말미암아 기관지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에 약을 먹고 담배도 안 피겠다고 굳게 맹서했다.

감자의 거름을 운반하면서 전보다 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고 이겨야 했다.

하루에 50원 씩 소비되는 것도 1달이면 1,500원, 중학교 1명을 시킬 수 있는 액수다.

그리고 위생에 나쁘다는 것을 무엇 때문에 해야 된단 말인가?

나는 맹세한다. 1달이라도, 1년까지도 담배를 하지 않겠다고...

봄날은 따스한데, 마음은 자꾸만 들떠있구나.


'아빠, 알면서도 끊기 힘드셨던 거죠? 그 마음 알아요. 다음에는 그런 나쁜 친구는 애초에 가까이 하지도 마세요.' 아빠에게 나지막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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