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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선생의 학교생활
오늘은 그 아이의 눈물이 그립다
나룻배 이야기
by
B선생
Oct 26. 2019
일년이 또 끝나간다. 우리 반 아이들도 이제 꽤 중학생 티가 난다. 또 한 번의 헤어짐을 준비할 시간이다. 만남과 작별을 반복하는 게 담임의 일상이라지만, 10년을 해도 여전히 내겐 낯설다.
늦은 밤. 3월을 다시 펼쳐 본다. 아이는 기억못 할 중학교의 흔적. 남아있는 자는 조용히 그 뒷모습에 몇 번이고 눈길을 준다.
<2019년 3월, B선생의 일기>
바쁜 일주일이 끝났다. 개학 첫 주는 참 어렵다. 오랜만에 하는 수업도, 낯선 아이들의 기대감 어린 눈빛도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학급 임원을 뽑고, 청소 지도를 하고, 겨우 숨 돌린 오후. 졸업생이 찾아왔다. 불과 3주 전까지 우리 반이었던 귀여운 아이. 보자마자 뭐가 그리 반가운 지 눈이 빨개진다.
“왜지? 선생님. 저 졸업식 때도 안 울었는데 지금 눈물 날 것 같아요.”
몇 방울의 눈물을 떨군 뒤 환히 웃는다.
우리 반이었을 때도 지각이 잦던 아이. 안 그래도 이른 등교시간에 적응하기 어려울텐데 생지부장인 담임 선생님이 엄하게 대하는 모양이다.
‘그래.. 선생님마다 자신의 철학으로 가르치시는 걸..’
담임 선생님을 조금
변호하며 응원해 주었다. 아직은 중학생인 것만 같다.
한바탕 투덜댐이 끝나고 또 놀러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밝게 문을
나선다. 마음이 한결 낫다.
보내놓고 나니 또 그립다. 우리 반 지각대장이던 이 친구는 특유의 능청이 사랑스러웠다. 담임의 싫은 소리도 밝은 너스레로 웃어넘기던 조회시간이 떠오른다.
사실 안다. 아이가 이렇게 중학교 시절을 그리워해도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 스며들어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나룻배인 교사가 목적지에 다다른 행인과 동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3월이다. 이제 나도 새로운 아이들과 또 즐겁게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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