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긁적긁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태훈 Jan 25. 2021

공감(共感)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우리가 상대방을 향해 ‘공감한다’는 말을 잘하는데, 정말 ‘상대방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면서 공감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상황을 알고, 막연한 이해의 감정을 끌어올리며 공감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공감하면 1993년, 그리고 1994년이 생각난다. 대학교 2학년이 된 93년, 93학번 후배가 정말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풍요로웠던 가정에 갑자기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가족들이 겪은 이야기들이었다. 다른 이의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고난과 고통의 이야기는 당시 평범한 삶을 살았던 내가 공감하기에는 벅찬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모든 상황을 그려졌고, 그의 마음을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하는 감정이입을 하며 그를 공감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연민과 동정을 느꼈다.      


그리고 1년 정도 흐른 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잘못되어 어음부도가 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빚쟁이들의 시도 때도 없는 방문과 전화의 엄청난 압박감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뇌혈관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 잠시 병원에 입원하셨다. 쓰러지시기 않은 것이 기적일 정도였다.      


그리고 한참이 흐른 어느 날, 내 머릿속에 후배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아! 부도 때문에 힘겹게 보냈다는 그 후배의 감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그때 감히 그의 감정을 공감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내가 겪지 않았던 부도의 무게와 내가 직접 겪은 부도의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암 환자가 가장 위로를 받는 사람은 암 환자라고 한다. 직접 겪은 삶이 아니고는 공감하기 힘들다. 공감(共感) 참 쉽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