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 and 초보 아빠] 아프냐? 나도 아프다
#1
저와 아내는
아이를 양육하는 방향이
대체로 잘 맞습니다.
아니,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맞춰갑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도 잘 하고,
친구관계도 좋고,
예의도 바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제가 살면서
이런 아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아들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2
저와 아내는
아이들을 양육할 때,
이것만은 지키자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슬로건이 하나 있습니다.
큰아이가 밤에
기도할 때마다
했던 말입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큰아이가 이 말을 할 때마다
저와 아내의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 우리 가족이 오늘을 행복하게 보낸 것에 감사하고,
내일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하자.’
그 뒤부터 우리 가족의 슬로건이 됐습니다.
#3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우리 가족의 슬로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공부와 사춘기입니다.
그중에서 공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4
초등학교까지는
시험도 쉽게 나오고,
생활 통지표에
각 과목별로
점수나 등수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나 아이들도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서는
과목마다 점수가 나오고,
반 석차와 전교 석차를 알게 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5
승주(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작년부터 1학년은 자유학기제를 운영해서
시험을 1학기 기말고사만 치릅니다.
1학기 중간고사와 2학기 중간, 기말고사가 없습니다.
1학기 평가도 수행평가가 50%(과목마다 조금 다르지만),
기말고사가 50%입니다.
승주는
태권도장과 드럼을 배우러 다닙니다.
학업(국어, 수학, 영어 등)과 관련된 학원은
다니지 않습니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승주의 학업 수준이
또래와 비교할 때
어떤 수준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런 마음 때문에
저나 아내도
중학교 첫 번째 시험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중학교 첫 번째 시험성적이
대체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인데,
먼 미래까지 걱정이 늘어졌습니다.
#6
자유학기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취지에서 자유학기제를 시작했지만,
자칫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일 년 동안
큰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승주가 한 달 동안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는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딱히 시험도 없고,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승주는
왜 공부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7
며칠 전,
승주가 기말고사를 봤습니다.
3일 동안
세 과목씩 보는 시험이 생소한지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가졌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스스로 계획을 짜서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했습니다.
시험 범위에 있는 것을
문제집으로
한 번 풀어보는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다릅니다.
영어와 수학은
초등학교 때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어느 과목은
난이도가 높은 것도 있습니다.
저와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지만,
승주는 초등학교 때처럼
시험 범위를
한 번 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중학교에서 이렇게 한 번만 보고
시험을 보면 안 된다고
반복해서
더 많이 공부해야 된다고 했지만,
더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시험 날이 다가올수록
조급한 부모와 느긋한 아이가
서로 많이 부딪혔습니다.
#8
‘그거 참 공부가 문제로구나!’
‘공부만 아니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데,
공부 때문에 서로 힘들어하는구나!’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우리 가족의 슬로건인데,
‘공부,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데,
벌써 너무 먼 미래까지 걱정하며
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도 힘들고,
우리 부부도 힘들었습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공부에 대해서
내려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성적 1점을 올리는 것보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것이니까요.
이게 중학교 첫 시험을 치른 아이를 둔
우리 부부의 깨달음이었습니다.
#9
그런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니,
생활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속이 끓었지만,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고,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첫 번째 시험이 아무 탈 없이(?) 끝났습니다.
#10
아이와 부딪히는 부분을 생각해보니
서로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였습니다.
그 과정을 보낸 우리는
걱정이 앞서고 결과가 눈에 선하지만,
막상 겪고 있는 아들은
지금의 시간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생각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말을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때로는 공부보다
더 하고 싶은 것들을
누리길 원합니다.
이런 마찰이 생기다 보면,
서로의 입장 차이만 별견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지요.
#11
서로를 인정하는 것.
특히 부모가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이지만,
아이도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내가 제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말만 잘 들으며 자란다면
딱 우리만큼 밖에
못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면,
제 수준을 넘어서 할 수 있도록
우리 생각의 틀 안에
가두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대로 따라주는 아이들보다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