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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뉘른베르크와 로텐부르크

우당탕탕 family in Europe

by 배태훈

유럽여행 10일 차, 2023년 1월 24일.


뮌헨에서 3일째 되는 날 아침, 캐리어에 짐을 챙겨 나왔다. 원래 계획은 오늘 뉘른베르크에 살고 있는 지인 분을 만나 그곳에서 관광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지인 분이 뉘른베르크에 와서 다시 뮌헨으로 돌아간 후에 프라하로 가는 일정보다는 뉘른베르크에서 1박을 하고, 그곳에서 프라하로 가는 일정이 편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본인 집에서 1박을 하고 가라고 했다. 가족들과 고민하다가 지인 분의 이야기를 따르기로 했다. 오고 가는 것도 힘이 들고, 뮌헨에서 프라하로 가는 시간보다 뉘른베르크에서 프라하에 가는 시간이 더 짧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 찾은 숙소와 지하철역에서 첫날 구매했던 바이에른티켓을 구매했다. 뉘른베르크에 가기 위해서 알아봤더니 첫날 우리가 구매했던 티켓은 바이에른티켓으로 지하철이나 기차를 이용해서 바이에른 주를 하루 동안 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 거리가 있던 바이에른 주에 속한 도시들을 여행하기에 좋은 티켓이었다.


각자 큰 캐리어 하나에 백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다시 시작된 배낭여행이었다.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씩 큰 캐리어를 이끌고 도시를 이동하다 보니 힘들고 지치기 시작했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뉘른베르크로 향하는 기차를 찾아 무사히 탑승했다. 뉘른베르크로 향하는 동안 창밖에 비취는 풍경을 보면서 심취에 있다 보니, 어느덧 뉘른베르크역에 도착했다. 뉘른베르크역에 내린 우리를 반기는 지인 분을 보고서 반가운 마음과 긴장했던 몸이 풀어졌다. 이제부터 1박 2일 동안 지인만 따라다니면 됐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에 있는 1박 2일의 일정을 책임져주신다고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매일 이동경로와 이동수단을 찾고 표를 사고, 관광할 곳들을 찾아다니는 일, 그리고 소매치기나 치한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으니 정말 고되고 피곤했다.


유럽 배낭여행은 젊을 때 다녀와야 하는 게 맞은 거 같다. 매일매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우리 부부는 짧게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서남아시아 지역을 휴양지를 다녔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도시를 돌아다는 것은 처음이었다. 힘들 때마다 아들들을 향해서 젊은 시절에 많이 돌아다녀보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긴 지인은 플랫폼까지 마중을 나왔다. 캐리어를 이끌고 걸어서 지인 집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로 한국식 카레가 준비되어 있었고, 모처럼 맛있는 집밥을 먹었다. 집밥이 그리웠는지 모두 두 그릇씩 먹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나서 근교에 있는 유네스코 지정 마을로 출발했다. 차를 타고 독일의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린 우리는 듣던 대로 속도제한이 없는 스릴을 느끼며 태어나서 가장 빠른 속도의 차를 타봤다. 지인이 이야기하길, “저는 차를 조심히 운전하는 스타일이에요”라고 하면서 순식간에 180 정도를 밟았다. 독일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국도도 속도제한이 없다고 한다. 모든 도로가 무료라서 톨게이트도 없고, 끼어들기 시도하면 밀당(?) 없이 당연히 끼워주고, 속도제한이 없으니 길이 밀리질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나 길이 밀리면 만일을 대비해서 모든 차량이 구급차나 소방차가 지나갈 길을 터준다고 한다. 사이렌 소리가 없어도 미리 말이다. 이런 게 선진국의 인식 수준인가 싶다. 대신 자신의 목숨은 자기가 챙기는 걸로, 자유와 책임이 모두 개인에게 주어지는 듯하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대신 그만큼 더 큰 책임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아우토반에 담겨 있었다.


한 시간쯤 달려 로텐부르크 오프데어 타우버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약간의 주차료만 지불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독일의 민속마을(?)을 관람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진 곳을 보수한 곳도 있었지만, 옛 지역을 살리며 마을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한다. 최소 800년 이상 된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수십 대에 설쳐 가업을 이어가는 곳들이 많았다. 로텐부르크 성 이야기뿐만 아니라 독일과 독일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로텐부르크 성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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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매일 크리스마스인 크리스마스 가게가 있었다. 12월에 가장 많이 찾는 곳인 이곳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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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때 축제하는 그 시간에 다시 방문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로텐부르크 성벽을 올라 거느리며 높은 곳에서 성안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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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한복판에 광장이 있고 시청과 교회가 함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함께 일구어야 할 일들을 광장을 중심으로 함께 다루는 공간인 것이다.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해서 오래된 나라의 도시들이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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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독일은 병원에서 건물청소 하는 사람과 의사가 같은 아파트에 월세내고 사는 곳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직업학교로 갈지 대학으로 진학할지를 정하고 모든 학비가 무료로 지원되는데, 그 대신 엄청 힘들게 공부시킨다고 한다. 공부해서 대학가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이 너무 싸서 거지라도 빈 페트병 하나 주우면 빵 하나는 사 먹을 수 있는 곳이란다. 1리터 우유가 천 원 정도니 유제품가격이 모두 싸고, 소고기와 닭다리가 엄청 싼 나라다.


오후 시간을 로텐부르크에서 보낸 후 다시 뉘른베르크에 돌아와 집 근처 맛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각자 먹을 음식을 주문했는데, 앞에 단체 손님이 있어서 무려 1시간 30분을 기다린 후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일은 독일에서 흔한 일이라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지인 부부의 모습과 다르게 우리 가족은 유럽의 느릿느릿한 문화에 답답했다. 그렇게 식사시간까지 3시간을 식당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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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새벽까지 지인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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