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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Nov 18. 2020

04 부부도 소통이 필요하다

[Happy story]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배태훈(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저녁 식탁에 생선 한 마리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 생선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나도 아내도 생선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참이 지난 후, 우연히 그 시절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그 내막이 밝혀졌다. 결혼하기 전, 아내 집에서는 생선을 발리는 것을 장인어른이 하셨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생선을 발리셨다. 나와 아내나 생선을 발리는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국 서로 생선을 발려주기를 기다리다가 식사는 끝이 났고, 생선 한 마리는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사랑하기에 결혼을 했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쩌면 그리도 맞지 않는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각자 다른 삶의 영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따라줄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결혼 초, 많은 부부들이 싸운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뭐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것인데도, 필사적으로 이기려고 싸웠다. 초반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주변의 말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부간에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이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일까? 마음을 깊이 나누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2년 동안 제주도에서 살았다. 아이들과 함께 실컷 놀아보자고 떠났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추억들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바로 부부관계이다. 24시간 함께 시간을 보낸 우리 부부에게 제주에서의 생활은 인생의 커다란 전화점이 되었다. 아이들과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주살이를 시작했지만, 아이들과의 관계 이전에 부부관계의 회복이 먼저 찾아왔다. 2년의 시간이 우리에게는 20년 이상의 시간이었다. 연애와 결혼생활을 합쳐서 15년 넘게 함께 했지만,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 마음의 가장 깊은 곳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서로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었고, 측은한 마음과 함께 배려와 포용이 생겼다.    

 

사람은 항상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나라는 존재가 숨어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의 보호막을 치는 것이 더 강력하다. 결혼 초부터 큰 싸움은 없었지만, 잦은 다툼이 있었다. 여느 부부처럼 서로에게 흠집을 내고, 상처 위에 상처를 더하는 말을 던진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깎아내려야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자연을 벗 삼아 걸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린 시절 상처 받은 나, 열등감, 서로에게 바라는 점 등 숨어있었던 내면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냈다. 웃고 울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된 만큼 이해할 수 있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소통이 이루어지니 다툼이 줄었고,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했다.     


부부의 소통은 부부관계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예전보다 더 행복을 느끼는 가정이 되었다. 부부관계가 좋지 않으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는 없다. 말을 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좋은 관계인지 아닌지 온 몸으로 느낀다. 부부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가정은 당연히 행복하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 부부의 소통이 행복한 가정의 첫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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