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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Nov 19. 2020

06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

[Happy Story]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배태훈(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다. 그래서 행복은 자신에게서 온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행복해 보여도 정작 자신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해도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행복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 불행하다 말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A학생은 공부를 할 때 100점이 목표다. 100점을 맞지 않으면 결코 행복하지 않다. 끊임없이 100점을 위해서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100점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공부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 드디어 100점을 맞아서 기쁘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B학생은 공부의 목적이 점수가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한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공부할 때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 공부한다. 시험을 볼 때 점수가 신경이 쓰이지만, 100점을 맞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A와 B 학생이 겉으로 볼 때는 똑같이 공부를 하지만, 그 목적은 다르다. 한 사람은 행복하게 공부를 하고, 한 사람은 공부하는 것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 A학생이 B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B학생이 더 행복하다. 물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은 지금의 모습에 행복할 수 없다. 비교 대상처럼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비교 대상처럼 되어도 행복하지 않다. 잠시 이루었다는 기쁨을 누리겠지만, 또다시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많이 가지고, 더 많이 가져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몇 해 전 언론을 통해서 온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살의 이유는 생활고였다. 투자한 돈이 공중분해가 되면서 생활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가장은 강남에 수억 원대에 이르는 30평 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고, 연봉이 꽤 높은 직장도 다니고 있었다. 나보다 더 풍요롭게 살고 있는 사람이 생활고로 자살을 했다는데, ‘그럼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더 풍요롭게 살면서도 불행을 느끼는 것은 풍요로움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결혼 초에는 많은 물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통장에 잔고가 많이 쌓이면 다툼도 없고, 행복했다. 통장에 잔고가 줄어들면 다툼이 잦아졌고, 불행했다. 부부의 행복이 통장 잔고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지만 다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의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많은 어려움에도 2년 동안 제주의 삶을 선택한 이유도 행복의 기준이 ‘물질’이 아닌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연을 벗 삼아 더 많은 시간 함께하고 싶었다. 함께 꺼내어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었다.      


네 식구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었다. 제주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 특히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행복의 기준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제주에서의 삶이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았지만, 행복했다. 방 한 칸짜리 월세 민박집이었지만 행복했다. 뒷산에서 캔 나물이 반찬의 전부였지만, 밥맛은 꿀맛이었다.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집 주변의 산책길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어느 곳을 가든지 제주가 아름답기는 했지만, 가족이 함께였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에 행복이 더해졌다. 행복은 선택이다. 그 누구의 선택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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