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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Nov 19. 2020

08 아들은 아빠가 필요하다

[Happy Story]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배태훈(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나는 아들만 둘을 키우는 아빠다. 그래서 좋다. ‘딸바보’ 아빠들의 즐거움은 모르지만, 아들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크면서 엄마가 아들들과 함께하는 것이 없어서 가끔씩 외롭다는 것을 느끼긴 하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아무튼 좋다.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아빠와 아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빠와 아들의 공통점들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빠보다 더한 아들이나 아들보다 더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준 프로그램이었다. 아빠와 아들의 닮은 점들이 소개될 때마다 가끔씩 우리의 공통점들을 생각하곤 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기질, 성격 등을 타고 난다. 부모의 유전자 영향을 받더라도 아빠나 엄마를 100% 닮은 모습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유전자와는 별도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바라보는 부모의 삶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좋은 점도 닮고, 나쁜 점도 닮는다. 아이들은 모방의 신이니까. 가끔씩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서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에서는 순간 두 가지 울림이 일어난다. ‘역시 내 아들이야.’ 그리고 ‘쟤가 왜 저럴까.’ 전자의 경우에는 긍정적인 경우로 아이의 모습뿐만 아니라 나의 모습까지 인정하는 마음이다. 후자의 경우는 아이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나의 모습을 감추려는 마음이다. 나는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덮어 씌우는 모습이다. 전자는 아이에게나 부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 부모의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동성 간의 관계는 이성 간의 관계와는 달리 조금 더 통하는 것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딸은 엄마의 삶을 경험하게 되고, 아들은 아빠의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들,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부모의 길을 걷게 되면 아들은 아빠의 마음을, 딸은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우리 세대의 아빠들은 대체로 자녀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특히 아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런 탓에 부성애를 느끼지 못한 채 성장했다고 느끼는 아들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빠가 된 후 그때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아빠의 말과 행동에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나도 나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랬다. 아버지가 나에게 사랑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녀를 사랑하는 방식은 열심히 일을 해서 성실하게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굶기지 않는 것,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해주는 것이 아버지의 사랑 방식이었다. 나도 아버지의 사랑을 아이를 낳고 그때야 제대로 알았다. ‘아~ 이런 마음이었구나!’ 그때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나이가 들었어도 아버지의 사랑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여전히 아버지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계셨다. 아빠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책을 읽으니 그 모습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계셨다는 것을 어린 시절에 느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한다.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 주셨다면,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한다.         


행복한 가정은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고, 부모도 자녀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르고 있을 때도 많다. 때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느끼는 적도 있다. 마음을 알아가는 것. 그것은 아빠가 아들의 삶을, 아들이 아빠의 삶을 서로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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