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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Nov 19. 2020

09 아이들은 수다쟁이

[Happy Story]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배태훈(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엄~~~”

“마~~~”     


아이가 처음 말을 했을 때, 그 기쁨과 행복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옹알이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보면, 옹알이는 구체적인 단어를 말하기 이전에 내는 소리로, 되풀이하여 내는 혼잣소리라고 한다. 부모는 아이의 옹알이를 듣고, 아이가 말을 했다고 야단법석이다. 아무리 봐도 ‘옹알옹알’ 거리고 있는데, 말했다고 한다. 아이가 말을 한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다.      


부모가 아이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특히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면,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이가 말할 시기인 돌 무렵이 되면,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모 삼촌도 아이에게 자신을 불러보라고 아우성이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아이의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엔 하루가 다르게 아이의 말이 늘어난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다. 엄마와 아빠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신이 난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많아지고 야무지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에 부모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갓난아이가 이렇게 커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록 아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수다스러워진다. 그 정도가 심해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수다쟁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 기분이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등 중요한 것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가족끼리 부산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다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여행길에 가능하면 휴게소에서 많이 쉰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게 부산까지 약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왕복 11시간 정도를 차 안에서 보낸다. 그 시간 동안 두 아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든다. 좁은 공간에서 11시간 동안 어떻게 떠들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둘이 죽이 척척 맞아 서로 낄낄거리며 웃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툰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 부부는 실로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체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자녀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신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녀가 말이 많으면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 수다를 떨고 싶은데, 부모가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도 이유가 있다. 아이들만큼 열정적이지 못하며, 체력적으로도 열세다.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아이들과의 대화는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가 많다. 이런 시간들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서서히 부모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된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줄어든 만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무슨 문제가 없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면, 자녀들이 말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자녀는 뭔가 고민이 있더라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고민이 생겼을 때 엄마와 대화하는 비율은 약 30%다. 아빠는 불과 1%가 채 안 된다. 약 50%는 친구에게 털어놓는다고 했다. 이 조사를 보면, 그나마 자녀가 엄마와 대화를 하는데, 아빠와는 거의 대화가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핏줄로 맺어진 가족이지만, 대화가 없어지면 그저 한 공간에 머물고 있는 남남의 삶을 살게 된다. 부모도 자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자녀도 부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상한 관계가 된다.      


자녀와 수다를 떨면서 놀면 좋겠다. 지금 자녀와 수다를 잘 떨고 있다면, 그 수다의 시간을 줄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자녀와 수다를 나눌 시간이 짧거나 없다면, 조금씩 그 시간을 늘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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