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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Nov 19. 2020

10 14살 아빠와 14살 아들

[Happy Story]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은 더 행복하게

배태훈(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어린이를 벗어나 어른이 되어가는 사춘기. 2000년 이전에 사춘기는 대개 여자는 중학교 때, 남자는 고등학교 때 겪었던 것 같다. 나도 중학교 때까지 어린아이처럼 그저 노는 것에 빠져있었다. 요즘 아이들 중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때 겪기도 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사춘기는 성적 성숙이 현저하게 눈에 띄며, 2차 성징이 나타나 남성다운 체격이나 여성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고, 감수성이 고조된 시기이라고 한다. 가치관이나 세계관, 심적인 부분들이 세워져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어린아이가 집에만 있다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면, 아이들은 대부분 낯선 환경에 힘들어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힘들어한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세 번이나 다녔던 큰아이는 매번 새로운 환경에 힘들어했다. 큰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도 힘들어했다. 환경도 낯설기도 하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오르내리는 감정적인 것을 조절하기 힘들어했다. 그 시절에 유독 큰아이와 부딪힘이 많았다. 지금도 가끔씩 그렇기도 하지만, 이젠 작은 아이가 사춘기가 시작되어 큰 아이보다 더 감정적으로 조절하기 힘들어한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에 부모는 더 많이 힘들어한다. 아이는 어린이를 벗어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데, 부모는 아직도 어린이를 대하듯 하기 때문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동들도,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모습들도, 가끔씩 반항하는 것들도 부모의 눈에 보기 좋지 않다.     


어느 날,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80년대에는 놀이문화라는 것이 많이 없었다. 1박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학여행, 수련회를 갔을 때 애들과 어떻게 놀까 이야기했다. 잠잘 시간이 어디 있는가? 선생님 눈을 피해서 놀 수 있을 때까지 놀았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때, 담임 선생님이 우리의 마음을 배려해주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다른 반에 비해서 더 늦은 시간까지 놀았다. 어른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뭔가 일탈을 꿈꿨던 적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아이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나도 그 시절에 그랬는데, 까맣게 다 잊은 기성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이들이랑 종종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한다. 나의 사춘기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 아이들은 굉장히 잘 보내고 있다. 14살 아빠와 14살 아들을 비교하니까 나보다 아이들이 훨씬 나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아들이 아빠보다 더 낫다. 그러니까, 네가 자라면 지금의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지금 아이의 나이 때 부모는 어떤 아이였나 생각해보자. 그 시절, 부모의 생각, 감정 등을 되뇌어보면, 아이를 공감하기에 훨씬 쉬워진다. 혹 그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환경이나 문화, 시대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의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동일하다. 14살의 부모와 14살의 아이가 만나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눠보자.     


부모가 사춘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아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옛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 시절의 느낌에 빠지면 평소 아이에게 보이지 않았던 모습에 아이들은 새삼 놀라곤 한다. 또 부모가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을 부모가 겪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에게 들려준다. 14살의 부모와 14살의 아이가 공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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