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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fulsunnyday Jun 14. 2019

일해서 미안한 스웨덴 엄마는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스웨덴의 일하는 엄마들

우리엄마는 자동차회사에서 일해요. 자동차를 만들지는 못 하는데 컴퓨터는 잘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우리엄마회사 브랜드에요. 


우리아들이 만 2살 때 막 말을 시작할 때 유치원 선생님께 드린 이야기란다. 하루는 선생님이 날 불러서 윙크를 하며 우리 해든이가 얼마나 엄마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분 좋게 이야기 해주었다. 

조금한 아이가 내가 어디서 무슨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도 신기하고 기특하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일하는 엄마로서의 죄책감도 한 방에 날려주는 기분 좋은 기억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일하는 건 너무 당연한 부분이다. 우리가 자라날 때 아빠는 회사에 가시는게 자연스러웠고 어떤 친구 아빠가 주중에 집에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했던 만큼 이 곳에선 아이들에게 엄마의 경제활동이 자연스러운 한 삶의 부분이다. 


양쪽 부모 모두의 경제활동은 문화뿐 아니라 국가나 사회 시스템속에서도 당연시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어린이집은 양 쪽 모두 일을하는 부모를 위한 곳으로 운영된다. 두 부모 중 누구라도 일을 하지 않는다면 공부를 하는 중이거나 구직중임을 증명해야 한다. 어린이집이란 공간 자체가 부모가 주 양육자이되 양육자가 경제활동으로 인해 부재를 해야하는 시간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공간이기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부모가 있는 아이는 이용이 제한된다. 경제활동을 한다고해도 몇%나 하는지도 함께 보고해야 한다. 만약 부모 중 한명이라도 50%의 경제활동을 한다면 - 예를들어 하루 4시간만 근무- 아이도 그 스케쥴에 맞게 반나절만 어린이집에 있어야 한다. 또한 부모가 휴가를 하루라도 냈다면 아이는 그날 어린이집 등원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일하는 엄마가 된 나는 스웨덴 사회와 우리가족의 단단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스스로 일하는 엄마도 괜찮다고 인정하는데는 몇 년이 걸렸다. 


신도시 키즈였던 나는 아빠는 회사생활을 하시고 엄마는 가정주부 였던 부분이 자랑스러웠다. 집은 언제나 정돈되고 안정스러웠고 나에게 집중해주는 엄마가 있는 게 참 따뜻한 느낌이었다. 또 그런 엄마가 없는 친구들이 안쓰럽고해서 학교 끝나면 집에 데리고 오거나 같이 가서 놀아줬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인지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도 진학하여 사회생활을 해야하고 하고싶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미래에 아이를 낳는다 생각하면 괜히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웨덴에와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도 아이를 낳으면 열심히 하던 직장을 관두겠다는 이야기를 종종했었다. 그럴때 마다 남편은 너무 의아해하며 첫째로 나는 집에서 엄마로서만 살아가며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왜 나의 교육과 경험을 제로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그건 엄마로서 해야하는 헌신이라고 표현하면 남편은 육아는 본인과 같이할 거고 다른 사람들도 다 잘해 나간다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나는 남자라 참 모르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을 했던거 같다. 


첫 아이를 낳고 감사한 스웨덴 시스템 덕분에 1년을 집에서 육아를하며 "엄마휴가"를 기간을 지냈다.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아이는 내 손으로 직접 키우는걸 소망했던 내게 이는 너무나도 고마운 기회였고, 이 기간 이후 어쩌면 아이를 낳기 전처럼 직장생활을 다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6개월 후... 

우리 첫째를 낳은 건 꿈과 같았고 아이는 너무 예뻤지만 내게 그 전에 미쳐 몰랐던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회에 나가 다시금 내가 되고 싶은 마음. 회사에 나가 내 이름이 불리고 싶은 마음. 무언가 사회에서 나라는 개인이 지워지는 두려움도 느꼈고 집에 갇힌 느낌도 들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경제적인 부분이라면 거의 월급의 80-90%를 받고 있었고, 스웨덴 시스템 덕분에 회사도 내 자를 내가 돌아오겠다 노티스를 줄 때까지 보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원하던 전업맘 기간이 반년밖에 안지났는데 아이가 좀 커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니 슬슬 사회인 나를 다시 그리워하고 있던거다. 


나와 남편은 애초에 내가 1년간 모유수유를 하며 엄마휴가를 하고 남편이 그 후 6개월간 아빠 휴가로 전업아빠를 하기로 계획을 새웠었다. 보통 이 곳에서 18개월이 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첫 아이때는 그 부분이 너무 마음아파서 아빠휴가 6개월 후 아이가 18개월 되었을때 내가 다시 엄마휴가를 1년정도 하는 것도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보기좋게 취소되었고 나는 1년을 못채우고 11개월 후 회사에 돌아가겠다고 일찌감치 노티스를 주었다. 남편은 예정보다 1달 늘어난 7개월의 아빠휴가를 하였고 아이는 여느 다른 스웨덴 아이처럼 -혹은 몇 달 더 늦은 - 18개월에 첫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였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가슴아픈일이 아니였다. 물론 매 변화기때마다 - 예를 들어 내가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남편이 아빠휴가를 시작하던시기나 아이가 어린이집을 시작하고 다시 둘 다 풀타임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시기 - 가족에게 적응기가 어느정도 필요했지만, 한 두달 후면 모두가 잘 적응하고 우리만의 루틴을 만들어냈다. 18개월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게 가슴이 미었는데, 사실 우리 아기 12개월 부터는 놀이를 원해서 아빠가 전업기간 동안도 매일같이 놀이방에 아침 9시면 같이 등원했었었고 한 달정도의 어린이집 적응기 이후엔 아침에 데려다 주면 빠빠이!를 외치고 뒤도 안돌아보고 좋아 들어가는 아기가 되었었다. 


이 모든 과정을 둘째를 낳으며 한 번 더 하고나니 이런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은 어디서 심어졌던 걸까?"  그 죄책감은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사라졌다. 엄마의 사회생활, 경제활동은 아빠가 하는 것만큼 또 아이들이 유치원에가고 학교에 다니는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나는 내 죄책감 해방에 대한 감사함을 스웨덴이란 나라에 돌리고 싶다. 내가 엄마가 일해서 미안해라는 감정을 없앨 수 있는건 스웨덴이란 나라가 탄탄히 쌓은 가정중심 문화와 법률들이 나의 사회활동이 우리 가정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겠금 도와주지 않아서 인가 싶다. 내가 매일같이 퇴근 후 아이픽업에 늦는 다거나,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고와서 회사에서 눈치를 본다면 나의 죄책감은 없어지기는 커녕 하늘과 같이 쌓여있었을 거다. 신기하고도 아이러니 한 점은 이런 보장된 시스템 덕분에 나의 죄책감 해방은 회사일을 단순한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도 함께 주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데 하루 8시간 가서 일하면 제대로 일 해주고 발전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일하는 엄마들의 죄책감 해방은 엄마들 자신으로부터, 직장내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지원해 이뤄져야할 중요한 과제이다. 엄마들의 건강한 마인드는 가정과 아이들에게 무조건 플러스이고 고급 여성인력들이 사회에서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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