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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fulsunnyday Jun 16. 2019

스웨덴 라떼파파, 진짜 아빠가 되는 관문

라떼파파들의 럭셔리하지만은 않는 현실 육아 - 하지만 꼭 해봐야 할 일

한 아이의 주 양육자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책임감, 계획성, 인내, 그리고 체력을 요구한다. 한 연약한 생명이 전적으로 나에게 의존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존재를 위해 하루를 계획하고, 적기에 아이의 니즈를 맞추어주고, 감정조절, 수면부족까지 다 이겨낼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다. 아이를 낳기전엔 주양육자가 되어 전업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미쳐 몰랐었다. 친구들 한 둘이 먼저 아이를 낳아 기르며 힘들다 이야기하면 그래도 회사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남편도 그러하였다. 남편은 내 육아휴직동안에도 도와준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기대 이상으로 양육에 동참해 주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아이를 보는 일이 회사출퇴근하고 아이를 보는 것보다는 쉽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아빠 육아 휴직 후 싹 사라졌다. 어느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여 말했다. "너가 집에서 애 키우면서 힘들다 힘들다하면 잘 이해가 안됐어. 그래도 회사다녀와서 애 보는 것 보다는 낫겠지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 이해해. 하루종일 혼자 집에서 아이 돌보는 일이 이렇게 까지 힘들고 고된지 몰랐어. 엄마휴가동안 수고 많았어." 이게고작 아빠육아휴직 2주만의 일이다.


라떼파파 - 라떼처럼 럭셔리 하지않은 현실 육아의 주 양육자


한국에서 스웨덴 라떼파파가 신조어처럼 등장하여 미디어에 많이 보일 때 우리 남편은 마침 육아휴직 중 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한국에서 스웨덴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이렇게 동경한다고 말 해주니 눈을 찡긋하며 짖궂게 이야기 하기를 "라떼처럼 소프트하고 럭셔리하지많은 않은 게 육아휴직"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다. 아빠들의 육아 휴직은 회사에서 잠깐 떨어져 정말 사랑하는 아이를 직접 돌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지만 이 것은 곧 현실에서 주 양육자가 되는 시간이다. 주 양육자는 정말 오롯히 혼자 책임감을 가지고 화장실 갈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눈 뜬 아침부터 밤잠을 설치면서도 아이를 돌보는 이다. 누군가 다른 성인이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육아를 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리 육아를 했다고해도 이런시간을 겪어본 양육자와 그렇지 않은 양육자의 경험치에는 차이가 있다 생각한다. 우리 부부같은 경우, 각자 육아휴직동안 체중이 약 5키로 정도 빠지고 회사 복귀시 체중도 함께 증량되었다. 그만큼 전업 육아가 힘들다는 말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결실의 열매는 큰 법: 힘들어도 아빠 육아 휴직에는 순기능이 너무 많이 있었다.


우선 아이와의 교감이 달랐다. 휴직 전에도 육아에는 적극 동참하였지만 반년정도 아빠의 삶 전체가 육아를 위해 돌아가니 아이와 아빠의 교감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끈끈해 졌다. 아이가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랐어도 아프면 엄마만 찾았는데 아빠가 주 양육자인 동안은 아프거나 보챌 때 아빠를 찾았다. 아빠도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졸려서, 배고파서 혹은 놀고싶어 보채는 것이라고 금방 알아차렸다. 또한 아빠와 아이 둘이 음식들고 소풍도 다니고 친구들만나 놀러다니는 등 추억을 쌓는 것도 많았다. 아기시절 이런 교감형성이 계속 이어져 실제로 스웨덴 10대 아이들은 아빠와 나란히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을 본다. 


아빠가 주양육자가 되고 엄마가 보조 양육자가 되는 경험 또한 매우 값졌다. 아빠가 주 양육자가 되어 아기의 하루일과를 꼼꼼히 계획하고 이유식만들기나, 빨래, 옷가지 정돈까지 세세한 일을 해 보면 먼저 주 양육자의 역할을 이미 해 낸 엄마를 잘 이해하게 된다.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고 아이가 자는 사이 모든 집안일을 처리할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고,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배려하느라 밤에 깬 아이를 안고있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 - 이런 공감은 육아로 지친 부부관계를 회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임신, 출산, 모유수유, 육아의 기간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엄마의 사회생활 복귀와 동시에 아이가 어린이집을 시작하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경쓸 일이 너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아기가 집에서 내가 가장 믿는 파트너에게 사랑받으며 있다는 점은 너무 든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스웨덴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빠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최고의 기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며 그동안 본인의 일에도 박차를 다하고 몸과 마음을 위한 운동도 하는 회복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크게 사회적인 틀에서도 아빠들의 휴가는 매우 필요하다. 한국에서 젊은 여성인력이 구직시 덜 존중 받는 데에는 언젠가는 있을 임신, 출산, 육아휴직이 크게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어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 직장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기간이 동등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체들이 구인시 여성을 덜 선호하게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진정한 남녀평등을 이루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 라떼파파가 되는데 필요한 제도는 충분히 갖춰졌다고 들었다. 다만 인식이 아직 바뀌지 않아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쓰면 복귀시 직장내에서 불이익을 볼 수도 있고, 출세에 관심없는 남자라는 인식이 생겨 사실 아기 엄마들도 남편들에게 열렬히 권장하지 않는 다고 들었다. 스웨덴에서는 반대로 아이를 낳고 아빠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동료를 조금 더 의아하게 쳐다본다. 아이와 밀착해 지낼 시간을 제도, 문화적으로 뒷바침 해 주는데 왜 사용하지 않는가 - 경제적인 부분이 육아보다 우선 일 수 있는가? 이런식으로 부정적으로 쳐다본다. 어느것이 맞고 틀리다기보다 하나의 같은 현상을 가지고 우리가 바라보는 인식이란 건 참으로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변화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 이 곳에 뚝 떨어진 내가 이런 혜택을 보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며 느낀 점을 나누면 누군가의 인식이 조금은 변화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겨본다. 


PS. 라떼파파를 두 번이나 한 우리남편, 당신은 고맙고 든든한 내 육아동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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