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우 Nov 17. 2023

꿈에서 오줌을 쌌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그랬던 그가 2017년 가족들을 데리고 할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그의 형제들은 누구 하나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갖고 있지 않았을뿐더러 서신으로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가족들은 누군가 했겠거니 생각하고 마는 눈치였다.

호상이었기에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식은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친척들은 저마다 모여 술잔을 기울였고 각자의 손님을 받았다. 그러나 첫째 큰아버지, 그만이 홀로 울적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장이 이틀째 접어들고 그는 마음을 먹은 듯 집안 어른들을 한 분씩 찾아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용서를 구했다. 결과적으로 용서는 받지 못했지만.


그렇게 장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첫째 큰아버지께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음에도 장례식을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를 어머니께 들었다. 내 어머니께서는 유일하게 첫째 큰아버지를 질타하기보다는 나의 아버지를 포함한 그의 형제들을 꾸짖는 분이셨다. 이따금 첫째 큰아버지가 거론되면 노름으로 집 재산을 말아 먹었더라도 형제를, 그것도 제일 큰 형을 어떻게 그렇게 이십 년이 넘도록 내 쫓을 수가 있느냐는 논리를 집안 어르신들께 전개하고는 하셨는데 따라서 유일하게 장례식장을 찾은 첫째 큰아버지를 살갑게 또 어른으로 대하셨다. 그때 첫째 큰아버지께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한다.


첫째 큰아버지께서는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그러니까 할머니께서 사경을 헤매고 계실 때 꿈을 꾸셨다고 한다. 첫째 큰아버지의 꿈속에서 할머니께서는 하이얀 소복을 곱게 입으시고 어딘가로 향하셨다. 할머니께서는 큰아버지의 부름에도 뒤돌지 않으시고 걷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잠에서 깬 첫째 큰아버지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에 자고 있는 가족들을 깨워 천안으로 출발하셨다. 천안으로 향하는 중에 차 안에서 천안 장례식장을 검색해 하나하나 전화를 돌렸고 마지막으로 전화한 한 곳에서 할머니의 식이 예정되어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운전 중이신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은 어머니께서 깨셨다. 당신도 그러는 거 아녀. 라고 어머니는 운을 떼셨다. 본가에 도착할 때까지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을 향한 꾸짖음은 멈추지 않았다.



첫째 큰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나 더 적자면 이 분의 슬하에는 아들이 없다. 딸만 넷으로 그 시절 정서 상 큰어머니께는 박복하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나를 낳으시고 둘째인 내 동생을 임신하셨을 때의 일이다.


첫째 큰아버지 내외는 우리 아버지 몰래 어머니를 부르셨다. 뱃속의 아이와 찾아간 우리 어머니께 두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둘째 아이가 나오면 또 그 아이가 아들일 경우에 그 아이를 우리에게 줄 수 있겠느냐고. 잘 기르겠다고.

당시 스물여섯 살, 어린 나이임에도 우리 어머니께서는 당차게 또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리를 뜨셨다.  훗날 이 일을 할아버지께 말씀하셨다. 할아버지의 시대에는 종종 있었던 일이기에 마음 졸이며 할아버지의 답변을 기다리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아주 잘했다. 고 말씀 하셨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 일을 우리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모르고 계신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 이 일을 말씀드리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셨다.


“만약에 니 아빠 귀에 들어갔으면 첫째 큰아버지고 큰엄마고 다 죽었어… 내가 사람 살린 겨.”


뭐, 적자면… 우리 아버지께서는 충청남도 팔씨름 대회 우승자 이시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꿈에서 오줌을 쌌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