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출품작 미완성 삼십대 1권의 QnA 입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 1월.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갚고 있는 20개월 할부로 산, 100만 원이 넘는 HP 엘리트북을 고이 모셔만 두고 영화 볼 때나 가끔 전원을 켰었는데 비로소 녀석이 제값을 하기 시작했지요. 어딜 가든 동행하며 키보드를 두드린 지가 수개월.
그리고 11월을 앞둔 지금 그간 적은 글들을 취합해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투고했습니다. 서른셋 평생, 단 한 번도 공모전과는 인연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줄 알았는데 한 편의 작품(작품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을 만들고 투고도 하다니, 인생 참…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연초에 써 놨던 글들을 퇴고하며 몇 번이나 읽었는지, 나중에는 쳐다만 봐도 구역질이 올라옵디다. 그래도 봤습니다. 맞춤법 검사기로 찾아낼 수 없는 오탈자를 찾아내고 글의 흐름을 방해는 문장을 다듬었으며, 보다 적절한 표현을 적기 위해 수없이 썼다 지웠습니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또 하다는 것이겠지요. 투고하신 분들 중 간절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냐마는 까놓고 말해서 제가 대상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10월 22일 최종 퇴고를 마치고 업로드를 완료,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FAQ 게시글을 보다가 우연히 브런치 팀이 공식 계정으로 달아둔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 내용, 옮겨 적자면.
‘아쉽게도 통계가 미치는 심사 영향도에 대해서는 확답을 드릴 수 없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통계가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 읽힙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 출품작, ‘미완성 삼십대 1권’은 업로드된 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독률 0%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조회수도 처참하고요. 뭐…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슬픈 거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이제 제 손 떠나 운에 맡겨졌으니 그저 바랄 뿐이지요. 이제는 실패와 패배에 익숙하기도 하고요.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라 집필 활동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미완성 삼십대’의 셀프 Q&A나 한 번 해보려 합니다. 작품이 유명세를 탄다면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하여, 각설하고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때는… 글쎄요. 혈기가 왕성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지요. 겨드랑이에서 뿜어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에 도취되어 맨정신이라곤 잠잘 때뿐이었던 이십 대 초반. 문창과에 재학 중인 친구 한 놈을 붙들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우리 놀면서 생긴 일화나 커가면서 겪는 일들을 책으로 엮어서 친구들끼리 한 부씩 나눠 가지면 좋을 거 같지 않아?”
친구의 반응은 시큰둥 했습니다. 그럼에도 혼자 신나 며칠간 공책에 수기로 적어 친구에게 건네니 한동안 말없이 읽던 자식이 공책을 덮고 크큭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이, 니가 책을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글을 본격적으로 배운 적은 없으니까...”
못 써도 오지게 못 썼다는 얘기를 돌려 한 것이지요. 그렇게 무산된 나 홀로 신났던 프로젝트. 십 년이 흘러도 아쉽더라 이 얘깁니다. 조수미가 부릅니다. 나 가거든 뭐라도 좀 남기고 가야 할 텐데 그중 하나가 미완성 삼십대였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래서 썼습니다.
사람 일 모른다고 혹시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을 한다면 미완성 삼십대 2권을 분명 집필해야 할 텐데… 그때를 봐서 여기에 자세히 풀 수는 없겠고.
삶의 방향 감각이 고장 나는 때가 누구나 있지요? 하루하루 열심히는 사는 것 같기는 한데 뭔가 확신은 없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데 이게 맞는 건가 싶고. 당시 제게는 어떤 위로의 말보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더 큰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때문에 서점을 돌았습니다. 새 책 살 돈이 없어 중고 서점을 먼저 찾았는데 평범한 우리네 삶을 적은 책이 없어도 너무 없더라고요. 어떻게든 구해 보고자 대형 서점도 몇 군데 돌아봤는데 아… 없어요. 에세이 코너에 널려있는 책이라곤 죄다 퇴사, 떠나라, 열심히 하지 말라느니 어쩌라느니... 거기에 더해 그놈의 감성, 감성, 감성!
우리는요, 쉬이 퇴사할 수 없고 떠날 수 없어요.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 하거든요. 포기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들이 아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내 지금 걷는 길이 나 홀로 걷는 길이 아닌 우리가 걷는 길이라는 위로요. 그런데 위로는커녕 이건 뭐, 자기들은 퇴사해도 먹고산다고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에라이 씨팔, 내가 쓴다. 쓰되, 찌질한 것과 부끄러운 것을 숨기지 아니하고 그저 적기 위한 작위적인 일상이 아닌, 가감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그것을 쓰자.라고 맘먹게 되었다는 뭐.. 그런 뻔한 이야기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예. 전부 실화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겪은 이야기만을 적었습니다. 다만, 적자니 사건에 얽힌 주변인들의 등장이 불가피했는데, 그들의 신상을 그대로 적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사흘 밤낮을 고민하다 결정했습니다. 애매하게 숨기려 하지 말고 아예 새로 만들자!
하여, 장르가 에세이임에도 소설처럼 인물 설정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들의 성별 정도만 그대로 가져가고 직업, 이름, 성격, 배우자 등을 허구로 설정했고 심지어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 또한 원래의 것이 아닌 창조된 허구입니다. 때문에 작품의 초입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권에서 뿌린 떡밥들. 예를 들면 아직 끝나지 않은 정환의 이야기라든지, 홍카의 홍일점 지연과의 이야기라든지. 1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적어둔 에필로그까지. 떡밥 회수를 우선으로 두고 내용을 전개할 것 같습니다. 또한 성(性) 적인, 그리고 범법은 아니나 조금은 비윤리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할 예정인데 그것이 브런치라는 플랫폼 그리고 독자분들과 성격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1권과 달리 우울한 분위기로 전개될 거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nA -2- 에서는 정확한 집필 기간. 집필하며 힘들었던 것. 커피 기구 사진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등에 대해 또 자문자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궁금한 것이 있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