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그리고 다시 해보는 결혼 (1)

바보같은 한 여자의 고군분투 삶의 이야기

by 레인부츠

2023년 11월.

나는 4개월 앞둔 결혼식을 취소했다.

입에도 담기 아픈 단어, 파혼을 했다.


브런치에 검색해보니 파혼이라는 단어는 흔하디 흔한 소재인 것 같다.

내 주변에 둘러봐도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경험이

인터넷 속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어쩌다 한번 쯤은 겪는 일인걸까.


호기롭게 나의 파혼을 소재로 시작해보려했건만,

이것 또한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낡은 소재였던걸까.


근데 나는 좀 특별한 파혼을 하고 있다.

파혼은 한 시점의 결정인데 왜 진행형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예상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파혼을 했다가 다시 결혼을 준비하는 중이다.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지금 역시도... 확신을 100% 가지고 하는 행위는 아니다.

사실 바보같은 결정이라고 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남자를 믿어보고 싶었다.


내가 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자만심에 차올라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선택했기에

그 노력이 가상해서 지켜봐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파혼사유는 "경제적 사유"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얽힌 가족사로 인해서.


아픈 사람이 많았던 그 사람의 집안은

온통 치료비로 가세가 심각하게 기울었다.


소중하게 다뤄야했던 그사람의 신용은 어머니의 치료비로 인해 대부에게까지 뻗어졌고.

신중하게 진행했어야했던 신용대출은 그의 여동생 수술비와 지인 돈 갚는데까지 뻗어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결혼을 준비했던 예비신부는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2023년 11월 14일에 알게 된다.


깨어있어도, 잠들어도

아주 잘게 부서진 유리조각으로 머릿속을 하염없이 긁어내는 고통이었다.

나의 사랑이 갸날픈건지 그의 슬픈 사연 속 부득이했던 사정은

온통 그 가족에게로의 원망으로 번져갔다.


나는 눈물젖은 호소로 여동생에게 카톡을 보냈다.

당신의 오빠 통장 잔액은 700원이며, 이제 그를 도와달라는 말.

나는 정말 미우면서도, 그사람이 끝까지 가여웠나보다.

나를 속였느냐는 분노의 비난이 아니라 결국은 제 남자도 살게 내버려두세요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 카톡으로 인해 그 사람의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밤 12시에 나는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른 거니까.


두 달의 시간이 지나고서, 그사람이 그의 여동생과 나를 뒷담화하는 걸 보기도 했다.

그때 나는 헤어졌어야 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사람은 너무 어리석었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과오를 정확하게 모른 채

매일매일을 날 고통 속에 살게 했다.


나는 그렇게 서서히 심연속으로 가라앉았다.

현실과 사랑 속에서 허우적대며 매일을 눈물로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