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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May 02. 2024

아무리 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아무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말아보자

정신 건강에는 안 좋은 습관이라고들 하지만 나의 잠들기 전 루틴 중 하나는 유튜브 시청이다. 어느 날,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 유튜브 스크롤을 내리던 중,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 유퀴즈 클립 하나를 발견했다.



https://youtu.be/byxoJU38r-M?si=nahcT4EmTXTaLYRv&t=669


(11분 10초부터)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감돼 미치는 줄 알았다.

난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꽁꽁 싸여서는,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일을 한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한거지?'라고 생각했다. 난 글이라도 하나 쓰면 기력이 소진돼서 다른 일을 더 못 하겠던데, 그리고 그렇게 많이 일하는 삶을 매일매일 지속하는 게 가능한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뭘까? 라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던 것 같다.


그냥 쉽게 생각해보기로 한다.

나는 브랜드를 키워야하고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과정이 온라인에서 전개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가게라고 생각하고 살펴본다.


1. 가게가 열려있어야 한다.

어느 가게에 문이 열려있는 것 같아서 들어갔더니, 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들어왔다는 걸 신경쓰지 않거나 뭔가 아직도 오픈 준비 중인 것 같은 분위기라면... 나 같아도 바로 나갈 것 같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이 '영업 중'인 것처럼 보이는 지 체크해보자. 5월인데 아직도 발렌타인 데이 관련 배너가 올라왔지는 않은지, 품절된 상품을 진작에 재입고했는데 여전히 품절 처리가 되어있는지 등..


2. 적극적으로 사람을 모으려는 노력을 한다.

온라인에서 '가게가 열려있는' 느낌을 주게끔 하는 모습이다. 이 가게가 계속 관리가 되고 있는지, 상품을 팔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상품의 매력을 어필하고, 이 상품으로 인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계속해서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이라면 지금 쓰고있는 브런치라던가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이와 같은 행동들을 할 수 있겠다.

TV 광고처럼 거국적인 기획과 제작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올리는 이 글 또는 사진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또 그로 인해 고객이 어떤 감정을 갖기를 바라는지 명확히 정의한다. 그리고 빠르게, 자주 올린다.


3. 구경 중인 고객이 제품을 잘 이해하도록 옆에서 설명해준다.

상세페이지가 이 역할을 해준다. 내 상품의 상세페이지에는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데 충분한 정보를 주고 있는지, 궁금증을 충분히 해결해주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좋겠다.


4.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보기좋게 포장해주고, 작은 사은품도 하나 챙겨준다.

포장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겹겹이 싸여진 포장재... 거기다 전단지며 쿠폰이며 쏟아져 나오는 지류들. 요즘 이런 포장은 고객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킨다. 내 손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덤. '나는 당신의 구매 상품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그런 인상을 주는 게 좋다. 배송 중에 상품이 망가지지 않는 최소한의 포장. 뭐든지 적당히.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꾸준함'이 브랜드의 성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위에 서술된 모든 일은 매일 똑같이 해야하는 것들이다. 매일 매일 똑같은 걸 한다..? 당연히 지겨운 일이다. 인스타에 아무리 사진을 올려도 아무 반응도 없고, 야심차게 이벤트도 준비했는데 찾아주는 이 하나 없다. 사실 이것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내가 뭣땜에 뭘 위해서!


뭔 짓을 해도 아무런 일이 없고, 그럴거면 난 왜 이 일을 하나? 아니 왜 사나? 내 브랜드, 제품이 별로인 정도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가 별로인 걸까? ... 위에서 박정민 배우가 했던 말처럼 밑도 끝도 없는 자격지심과 열등감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한다면 어떨까?

브런치에 글 쓰기, 인스타에 릴스 올리기... 그저 내 하루 일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걸 '했다'라는 걸 성과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블로그를 통해 하고싶은 말을 시원하게 내뱉는(?) 게 마냥 좋았던 그때처럼.

그러면 내가 매일 해야하는 똑같은 일들이 조금은 즐거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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